지난 기획/특집

[최남순 수녀 교도서 일기] 71 가정 파괴범은 누구인가 7

입력일 2018-07-05 수정일 2018-07-05 발행일 1993-04-25 제 185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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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소경이었던 과거 참회

정화된 삶 소망하며 속죄중
크리스티나 수녀님!

어젯밤의 천둥 번개가 무서웠어요. 우기 끝에 태양의 눈부심 참 좋은 것 같애요. 장마는 지루했지만 쏟아지는 비로 모든 나무와 품들이 샤워를 해서 밝은 햇살을 받으며 눈부시게 반짝거림이 승리의 기쁨인 것 같아요.

정말 고통은 어렵지만 모든 시련을 통해 정화되고 지혜를 배우고 진리를 깨우치며 영성의 성장을 가져온다는 수녀님의 말씀을 공감하게 되어 저의 영혼의 눈이 밝아지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마태오 복음 9장21절-31절을 묵상했어요. 예수님은 역시 믿는 이들의 주님이시고, 소경의 눈에 빛을 준 것도 예수님께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는 것 알게 되었어요. “너희가 믿는 대로 될 것이다”하신 예수님 말씀이 가슴 뭉클했어요.

영신의 눈, 육신의 눈,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하느님을 보기위해 영신의 눈을 뜨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도 영적 소경이어서 그렇게 된 것을 생각할때 후회스럽고 마음이 아파요.

어제 화요일 어머님과 형수님, 그리고 여자친구가 다녀갔어요. 어머니께서 저를 가만히 살펴보시더니 “얘야 그 안에도 그렇게 덥니?” 그래서 “어머님이 안에서 일도 안하고 책만 보고 있으니 별로 더운지 모르겠어요”그랬지요. 덥지 않을 리가 있나요. 좁은 방안에 36도 난로가 여러 개나 있는데요. 숨이 탁탁 막히고 쉴 사이 없이 땀이 흘러 내려도 죄인인 이 몸 연옥을 생각하면서 마음의 수련을 쌓느라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도 참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하루하루 알차게 속죄의 생활로 충실하렵니다. 바람에 시달리고 소나기에 짓눌리면서도 묵묵히 잘 참고 견디다가 쨍하고 햇볕이 나니까 깨끗해진 얼굴을 들고 미소하듯 반짝이는 나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앞으로는 보고 듣는 것, 대자연 모든 것을 통해서 생각하고, 배우고 하느님을 만나려고 애쓰며 살아보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레고리오 올림.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