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평신도희년]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7) 한국 천주교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06-19 수정일 2018-06-20 발행일 2018-06-24 제 310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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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실 속 주님 만나며 느낀 사랑 이웃과 함께 나눠
1994년 전국 사도직 단체로 인준 9개 교구 회원 2만800여 명 활동
‘매주 1시간 이상 규칙적 조배’ 서약
신앙심 키우는 ‘영적 근력 운동’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힘 얻어

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신앙심이 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영적 근육도 꾸준히 단련해야 주님 말씀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 ‘지속적인 성체조배’는 그리스도인이 신앙심을 키울 수 있는 대표적인 ‘영적 근력 운동’으로 꼽힌다. 감실 안에 모셔져 있거나 현시된 성체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이를 통해 느낀 주님의 사랑을 이웃에게도 나눌 수 있는 영적 활력을 충전한다.

■ 전국 각지에서 24시간 이어지는 성체조배

평일 오후 서울 목동성당 성체조배실, 감실 속 성체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신자 두 명이 드디어 조배실에서 나왔다. 연이어 또 다른 신자 두 명이 조배실로 들어가자마자 감실을 향해 큰절부터 했다. 무릎을 꿇고 앉아 묵상하기를 1시간. 중간 중간 성경을 읽거나 감실을 향해 다시 절을 하기도 했지만 성체 앞에서 침묵한 채 기도하는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목동성당 조배실은 단 한 순간도 비지 않고 신자들이 오갔다.

서울 양천성당에서는 더욱 늦은 시간까지 신자들의 성체조배가 이어졌다. 이곳 성체조배실도 문이 열려있는 동안에는 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속적인 성체조배’는 1980년 2월 24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특별서한 「성체의 신비와 흠숭에 관하여」를 발표한 이후 전 세계에 더욱 활발히 퍼져나갔다. 당시 교황은 “교회와 세계는 성체조배를 할 큰 필요성이 있다”면서 “예수님께서는 이 사랑의 성사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성체조배가 끊임없이 계속 되길 호소한 교황의 권고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으로 1980년 6월 13일 미국 휴스턴교구 성녀 히야친타 성당에서 ‘지속적인 성체조배’가 시작됐다.

한국에는 메리놀 외방선교회 백영제 신부가 처음 소개했다. 1983년 11월 22일 당시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가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전국 교구장들에게 지속적인 성체조배에 대해 설명했고, 교구장들은 교구민들에게 지속적인 성체조배를 권했다. 1984년 6월 1일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인천교구 부평2동본당 공동체가 지속적인 성체조배를 시작했다.

이러한 성체조배를 독려하는 ‘한국 지속적인 성체 조배 봉사자 협의회’는 1994년 10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전국 사도직 단체로 인준 받았다. 이후 ‘한국 천주교 지속적인 성체조배회’(회장 김명관, 대표 담당 사제 홍성만 신부)로 개칭했으며, 현재 서울·광주·대구·대전·마산·부산·수원·인천·전주 등 9개 교구, 219개 본당, 2개 공소, 2만8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성체조배실에서 조배 중인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서울 양천본당 신자들(위쪽)과 목동본당 신자들.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회원들은 성체조배를 꾸준히 하는 이유에 대해 “영적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 꾸준한 성체조배로 영적 근육 단련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회원들은 성체조배를 꾸준히 하는 이유에 대해 “영적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주 한 시간 이상 주님과 대화하며 신앙심을 키우고 이를 통해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의미다.

소유진(데레사 베네딕타·40·서울 목동본당)씨도 꼬박꼬박 성체조배를 하면서 주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씨는 “자신이 품고 있던 불평불만 등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주님을 뵙고 나면 마음이 기쁨의 에너지로 충만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3개월간 틈날 때마다 성체조배를 했다고 밝힌 서석만(야고보·58·서울 목동본당)씨는 “성체조배를 하다 보니 그동안 자신이 돈에 집착하거나 경쟁에 조바심을 느껴왔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서씨는 “사업을 하면서 줄곧 내게만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해왔는데,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과 대화를 지속하다 보니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하는 노력을 하게 됐고 그러한 결정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회원들은 성체조배를 통해 느낀 주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는데 더욱 열심이다.

5년째 교도소 수용자들을 위해 봉사 중인 남미숙(율리아나·56·서울 목동본당)씨는 “3년 전 처음 성체조배를 할 때는 자신만을 위해 묵상했는데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다 보니 이제는 이웃이 먼저 생각난다”고 자신의 체험을 소개했다. 이어 “오늘도 조배 중 ‘빛’이라는 단어를 보고는 ‘교도소에서 얼마 전 세례 받은 청년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 빛을 내며 잘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 ‘매주 1시간 이상 성체조배’ 약속

지속적인 성체조배회는 현재 회원들의 영적 근력 운동을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선 전국 9개 회원 교구별로 성체조배 기초교육과 영성학교 운영과 회보 발행, 기도문 안내 등을 하고 있다. 자체 제작한 홍보 동영상(youtu.be/p0kA2exsVzQ)을 유튜브 등을 통해 배포, 지속적인 성체조배와 성체조배회에 대해 일반 신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매주 한 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성체조배를 하겠다’는 서약만 하면 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안에서 24시간 지속적으로 성체조배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마태 26,40)는 말씀에 따라 정한 조건이다. 소속 본당에 지속적인 성체조배회가 없다면 타 본당 지속적인 성체조배회에 가입해도 된다.

※문의 02-775-0716 한국 천주교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