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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죽음을 앞둔 환자의 기쁨 / 이순자

이순자 (막달레나·77·수원대리구 율전동본당)
입력일 2018-06-11 수정일 2018-06-12 발행일 2018-06-17 제 309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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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암 환자들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마음에서 더욱 간절하게 생명에 대한 애착을 갖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단과는 달리 완치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생명을 더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보면서도 어떤 방법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정말 말기 환자라는 생각이 들면 그에게 세례를 권한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고 안수기도를 해주기도 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많은 분들이 고통과 실망에 찌든 모습에서 해방돼 기쁨과 희망에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 어머니도 위암으로 4개월간 투병하셨는데,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죽음을 통해 주님의 품에 들어간다는 확실한 믿음과 희망 때문에 죽은 후에 차지할 천상의 행복을 미리 맛보는 듯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에 휩싸이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 선종하기 두 달 전부터 외할머니의 보속과 어머니의 보속을 이 세상에서 다 하고 가야 천주께로 갈 수 있다고 설득해 그동안 집안 식구들이나 이웃과 얽혀있던 불편한 관계를 모두 풀고 화해하셨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하시고 평화롭게 웃는 얼굴로 죽음을 맞이하셨다. 위암 판정을 받으신 지 4개월 만에 선종하셨는데 시신이 천사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구역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할 때도 임종을 맞는 분을 위한 수세를 하곤 해서 시신을 자주 봤다. 연령회에서 봉사하고 있는 지금도 여러 모습으로 선종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기에 우리 어머니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요 새 삶의 시작이며, 영원한 행복으로 시작하는 단계라는 것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을 보면서 예수님께서 요한복음 11장에서 주신 말씀은 우리에게 생명이 아닐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라자로의 무덤 앞에서 예수님은 마르타에게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믿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이순자 (막달레나·77·수원대리구 율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