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구대교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교현장 탐방 (상) 현지 ‘들꽃마을’ 문 열던 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8-06-11 수정일 2018-06-12 발행일 2018-06-17 제 309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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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불모지에 꿈과 희망의 들꽃 피어나다
내전 지속돼 불안정한 상황, 학교·병원 등 기반시설 없어
주민 자립 프로그램 전개할 현지 들꽃마을 설립·축복
새 성전 봉헌한 보얄리본당도 신자들 영적 쉼터로 자리매김

사회복지법인 들꽃마을(상임이사 이병훈 신부)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현지에 들꽃마을을 설립했다. 방기대교구장 듀도네 추기경은 5월 27일 중아공 들꽃마을을 방문해 시설을 축복했다. 사진은 보얄리 삼위일체본당 새 성전 축복식에서 십자가를 든 복사단과 사제단.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는 사회복지법인 들꽃마을(상임이사 이병훈 신부)이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하 중아공)에 들꽃마을을 설립했다. 대구대교구는 지난달 말 거행된 축복식에 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와 들꽃마을 설립자 최영배 신부 등으로 구성된 방문단을 현지로 파견하고, 중아공 현지에서 사목하고 있는 선교사제, 수도자들을 격려했다. 본지도 방문단과 동행하며 가장 낮은 이들과 함께 살아갈 중아공 들꽃마을 축복식 현장과 2012년부터 중아공 현지에서 사목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만나고 왔다.

중아공 들꽃마을 축복식에서 기념 색줄을 자르기 위해 나란히 선 방기대교구장 듀도네 추기경(왼쪽에서 두 번째)과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듀도네 추기경 오른쪽).

■ “싱길라 밍기”(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이던 5월 27일, 중아공 수도 방기에서 120㎞ 떨어진 보얄리(Boyali) 지역에 모처럼 큰 잔치가 열렸다. 주민들은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린 듯,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가지각색의 풍선 장식은 물론, ‘환영합니다. NZONI GANGO. BIENVENUE’라고 쓴 현수막이 축제 현장을 찾는 손님들을 맞았다.

이날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들꽃마을(원장 김형호 신부) 축복식과 보얄리 삼위일체본당 새성전을 봉헌하는 날. 보얄리 본당 신자들은 이날 축제 때 주민들과 함께 나눌 점심을 준비하느라 하루 전부터 성당 마당에서 음식을 준비했다. 주식인 마뇩과 염소, 닭고기를 요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1960년 프랑스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한 중아공은 6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회전반에 걸쳐 불안정한 상황이다. 불안한 정세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축복식 현장에는 일찍부터 소총으로 무장한 현지 경찰과 UN평화유지군 병력이 배치돼 긴장감이 나돌았다. 계속된 쿠데타와 지금도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내전은 국민들에게 뼈아픈 고통만을 전해줄 뿐, 기본권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오전 9시가 되자 보얄리 삼위일체본당 스카우트 대원들이 손에 손을 잡고 성당 마당에 큰 인간띠를 만들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듯, 축복식을 주례한 방기대교구장 듀도네 은자빠라잉가(Dieudonné NZAPALAÏNGA) 추기경과 멀리 한국에서 온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와 함께 발맞춰 걸으며 성당에서 300m가량 떨어진 중아공 들꽃마을 축복식 현장으로 이동했다. 마태오(Mathieu simple Saranji) 중아공 국무총리 등 정부 측 인사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듀도네 추기경의 주례로 중아공 들꽃마을 축복예식이 거행됐다.

“싱길라, 싱길라, 싱길라 밍기.(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곳 들꽃마을이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공동체가 되길 희망합니다.” 방기대교구장 듀도네 추기경은 이날 축복식을 주례하며 대구대교구와 선교사제들에게 연신 감사의 뜻을 전했다.

■ 가장 낮은 이들과 함께할 가족공동체

이날 축복한 중아공 들꽃마을은 약 6만평 부지에 사무실동과 거주동, 직원들과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질 부엌을 갖추고 있다. 전력이 닿지 않는 곳이라 전기를 생산할 발전기실도 마련했다. 현재 거주동은 32명까지 거주 할 수 있어 가족이 늘어날 경우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사회복지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열악한 중아공에는 들꽃마을과 같은 전문 사회복지기관이 거의 없다. 유니세프를 비롯해 몇몇 NGO단체가 긴급구호활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아공 들꽃마을은 우선 들꽃마을 설립 이념을 따라 중아공 현지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우선 가족이 되어주고,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가정공동체를 구현한다. 아울러 한국의 ‘종합사회복지관’ 형태를 따라 문맹퇴치교육과 같은 이곳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할 계획이다. 나아가 양질의 교육을 펼치는 학교를 세워 학생들에게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계획도 갖고 있다.

이밖에도 들꽃마을 내 진료소는 돈이 없어 약조차 처방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각종 의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반도 2.8배 크기인 중아공에는 병원이 달랑 2곳뿐이다. 치료를 받고자 몇날며칠을 걸어 방기로 병원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치료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현실이다.

들꽃마을 전경.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가정공동체를 구현한다.

■ 새 성전 봉헌한 보얄리본당

2012년 남종우 신부(안식년)와 배재근 신부(중아공 선교)를 시작으로 중아공 방기대교구로 파견된 대구대교구 사제들은 중아공 들꽃마을 설립 준비는 물론, 현지 본당 사목을 함께하고 있다. 이날 새 성전을 봉헌한 보얄리 삼위일체본당은 남종우 신부가 초대 주임 신부로 부임해 2015년 10월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됐다. 신자들은 본당 설립 이후 2년 넘게 옛 공소에서 미사를 드렸지만 30평 남짓 좁은 공간이라 미사 참례자(주일 평균 400여 명) 대부분이 밖에서 미사를 드려왔다.

이날 봉헌한 새 성전은 지난해 2월 공사를 시작해 연면적 648㎡ 규모로 올해 초 완공됐다. 아직 손 볼 것이 많이 남았지만, 이곳 신자들에게는 영적인 쉼의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새 성전을 봉헌하기까지 대구대교구의 지원은 물론 많은 은인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한평생을 안마사로 일하며 1억 원이 넘는 기금을 봉헌한 시각장애인 한경하(가밀로·82·대구 대덕본당)씨와 익명으로 대구 성모당 봉헌함에 1000만 원을 넣은 청각장애인 등 굶주리는 이들에게 하느님 사랑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는 이들의 마음을 담아 성전을 마련했다.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는 새 성전 봉헌식 축사를 통해 “보얄리본당 새 성전과 들꽃마을 공동체 봉헌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며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곳에 계속해서 펼쳐지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선교후원계좌※

대구은행 504-10-129708-7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기부금납입증명 문의 053-250-3011

중아공 방기대교구 보얄리 삼위일체본당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