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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진단] 사순절과 우리 신앙 2 나눔의 시작은 이웃이 되는것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8-05-16 수정일 2018-05-16 발행일 1994-03-06 제 189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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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랑과 나눔 교회의 본질

겉치레 벗어난 애덕 실천 필요
이웃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

사순절이면 누구나 한 번쯤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기 위해 스스로 극기와 희생, 자선과 나눔을 통한 이웃 사랑을 맹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냉담자를 회두시키겠다」 「가난한 이웃을 찾아 돌보겠다」 「술, 담배를 끊겠다」는 등 사순절 기간 동안 아마 한두 가지 결심을 안 해본 신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그 결심이 며칠은 가도 끝까지 성공적으로 지켜나가지 못한 경험 역시 신자라면 한두 번은 겪었을 것이다.

“남을 돕고 사랑하기가 이토록 힘든 것일까?”

혹자는 그리스도교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는 서양에서나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로 하는 이웃에 대해 사랑과 봉사가 가능한 일이지 아직 그리스도교 문화권이 형성되지 못한 한국에서는 남을 돕기 위해 선뜻 나서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일례로 본사가 연중기획으로 펼치고 있는 「사랑의 손잡기」와 「나눠줄 사랑 없나요」 참여 호응도를 보면 우리 신자들이 결코 이웃에 대해 냉담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기회가 적고 방법을 알지 못할 뿐이지 사랑의 고리를 연대해 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사순절에 한 신자들의 결심이 충분히 열매 맺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보다 신자 스스로가 가까운 이웃을 찾아나서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거창한 계획보다 가까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랑이 나눔의 기반이 되는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신학자들은 “자신의 가진 것을 자기보다 못한 이웃과 나누는 것은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죄인들을 구원하는 교회」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신학자들은 “사랑과 자선의 여러 가지 사업은 그리스도교적 실생활의 극히 탁월한 증거이므로 신자들은 어려서부터 형제들을 동정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아낌없이 도와주는 습성을 길러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사목자들은 우리 신자들이 진작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정신은 깨어 있지만「이웃」에 대한 막연한 개념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평신도들이, 「자선」과 「이웃 부재」라는 이중논리 속에 살고 있다”는 이 같은 지적은 근본적으로 신자들의 신앙적 삶 속에 그리스도 정신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웃 사랑과 자선사업이 전통적으로 평신도 고유의 의무로서 현세의 질서를 복음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전래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 교회 내에서 소극화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사목자들은 “신자 구성원 전체가 중산층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교회 신학자들도 교회가 중산층화 되면서 교회 본래의 모습인 「복음적 가난」을 지주로 하는 정신적 가치를 점차 상실했고 「이웃 사랑」을 그리스도 왕직의 으뜸으로 실천해오던 신자들의 정체성마저도 상실케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윤리신학자는 “신자들의 중산층화는 가장 먼저 신자들의 태도와 의식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많은 신자들은 1주일에 한 번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것과 주일헌금을 봉헌하는 것으로 모든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자들 사이에는 중산층 특유의 무관심과 개인주의적 의식이 팽배해져 성당에 나와도 번잡스런 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바쁘다”고 꼬집고 “이웃을 생각하고 인정하지 않는 신자들의 의식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자선 행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목자들은 신자들이 이웃 사랑과 나눔을 능동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대로 가정 안에서 어려서부터 사랑과 자선의 습성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목자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이웃 사랑을 위한 가정교육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듯이 모든 부모들은 가정에서 이웃에게 친절히 대하는 일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일 가난한 이에게 재화가 지니는 참된 의미와 가치를 가르치는 일 과다소비를 줄이는 일 등을 교육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자선에 관한 대표적인 성서 비유인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처럼 “자선의 첫 걸음은 가난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이웃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피력한 한 신학자는 “사순 기간 동안 하루에 한 사람씩이라도 자신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쌓아나갈 것”을 권고했다.

“이웃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신자로서의 직무유기”라고 표현한 그는 “자선이 개인의 체면과 인간관계를 장식하는 액세서리가 아닌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새롭고도 한층 더 고귀한 방법으로 나눔을 통한 이웃 사랑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