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생태칼럼] (28) 북녘의 산양을 만나고 싶다 / 박그림

박그림 (아우구스티노) 녹색연합·‘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
입력일 2018-05-15 수정일 2018-06-27 발행일 2018-05-20 제 309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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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일이 고개를 쳐든다. 우리 산양과 똑같은 북녘의 산양을 만나고 싶다는 꿈이다.

1990년대 초부터 설악산을 비롯한 전국의 산양 조사를 해오면서 마음 한쪽에 앙금처럼 남아있는 북녘의 산양에 대한 궁금증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생각에서 북녘의 산양 조사는 못하지만 남쪽 비무장지대 철조망의 일부를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로 터주는 것은 어떨지 제안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민통지역 출입을 제한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철책선 앞에 서서 북녘을 바라볼 때면 철책선 너머 산양의 삶은 궁금함을 너머 그리움으로 다가서곤 했다.

그렇게 그리던 북녘의 산양 소식을 몇 해 전 외국 산양전문가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함경도의 고산지대를 비롯한 고원지역과 평안도의 묘향산과 동해 연안의 금강산을 비롯하여 산악지대 여러 곳에 무리지어 살고 있었다. 특히 설악산국립공원과 비슷한 크기인 묘향산자연공원에서 이루어진 산양조사자료는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했으나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묘향산 일대의 산양서식지 사진은 설악산과 매우 비슷한 낯익은 모습이었으며 산양의 배설물 사진에서는 똥냄새가 나는 듯했다. 바위 아래에서 초겨울의 엷은 햇살을 받으며 서성이는 산양 사진은 덥석 끌어안고 싶은 생각에 울컥거리기도 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을 그 자리에 산양은 생명으로 살고 있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녘에서도 산양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환경보호법과 유용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하고 있으나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었으며 자연에 대한 폭력은 남과 북이 따로 없었다.

삶을 결정하는 자연은 뭇 생명들의 어울림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모든 생명은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고 함부로 해서도 안 되는 존재가치를 지니며 더불어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더구나 오랫동안 오갈 수 없도록 막아놓은 철책선은 남녘을 생태 섬으로 만들었다.

삼면이 바다로 막혀 있고 북쪽은 철책선으로 막혀 철새들만 오갈 수 있는 생태 섬이 되었다. 그동안 남녘에서 호랑이를 비롯한 많은 야생동물이 사라진 까닭의 하나도 북녘으로부터 이어지던 산줄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이념 때문에 갈라졌지만 야생동물은 우리들의 간섭만 없다면 언제라도 오가며 자유롭게 살 수 있다.

먼저 철책선의 일부를 이동통로로 개방하여 야생동물의 통일을 이루어주고 따라서 우리들도 하나가 되어 묘향산에서 산양을 만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더 나아가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백두대간,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박그림 (아우구스티노) 녹색연합·‘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