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길에서 쓰는 수원교구사] 남양성모성지(하)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5-15 수정일 2018-05-15 발행일 2018-05-20 제 309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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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평화 위해 기도하는 공간
순례자들 찾아와 묵주기도 봉헌

남양성모성지가 ‘평화의 모후 왕관의 열두 개의 별’로 지정된 곳임을 알려주는 성체현시대.

남양성모성지에는 마리아를 찾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성지성당을 향하는 신자들의 손에는 묵주가 들려있었고, 성지 내에 조성된 묵주기도의 길을 걸으면서 기도하는 신자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신자들 안에서 성모성지로서의 위상이 새삼 느껴졌다.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의 구원사를 묵상하며 전구를 청하는 묵주기도. 바로 신앙선조들이 순교의 그 순간까지 바치던 기도다. 그래서 순교지인 남양성지는 순교자들의 깊은 성모신심을 본받는 의미에서 성모성지로 조성될 수 있었다.

2대 교구장 김남수 주교는 회고록을 통해 교구에 성모순례지를 만들고자했던 소망을 비쳤다. 김 주교는 이전에 폴란드의 성모순례지를 방문하면서 ‘조국의 평화통일과 타락한 도덕성 회복을 위한 성모순례지를 마련해야겠다’는 뜻을 품었다고 회고했다.

성모성지를 마련하고자 하는 김 주교의 뜻은 1989년 남양본당 주임을 맡은 이상각 신부의 계획을 통해 이뤄졌다. 성모신심이 두터웠던 이상각 신부는 본당이 개발하고 있던 남양성지를 성모성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김 주교에게 제출했다. 마침내 교구는 1991년 10월 7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 남양순교성지를 성모성지로 선포했다.

“본인,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한국천주교회의 남양성모성지와 이 성지를 순례하는 모든 이에게 사도적 축복을 내립니다. 모두가 성모 마리아를 사랑하며 평화를 위한 묵주의 기도를 지속적으로 바치기를 바랍니다.”

성지 성당 앞에 놓인 큰 바위에는 2002년 성모성월에 성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이 성지와 순례자를 축복한 내용이 새겨져있다. 특히 성지로 선포된 이래 이곳은 매순간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성당에 들어가니 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안아들 듯 성체를 품고 있는 형상의 성체현시대가 나타났다. 이 성체현시대는 ‘평화의 모후 왕관의 열두 개의 별’로 지정된 기도 공간에 설치되는 현시대다. ‘평화의 모후 왕관의 열두 개의 별’은 폴란드의 사도직단체인 평화의 모후 협회가 지정한 기도장소로 세계에서 단 12곳만이 선정된다. 성지 선포 당시부터 마리아의 전구로 평화를 간구한 성지이기에 ‘평화의 모후 왕관의 열두 개의 별’이 될 수 있었다.

남북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요즘이지만, 성지의 평화 기원은 진행형이다. 성지는 순례자들과 함께 평화를 위한 24시간 묵주기도 고리운동을 진행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 2~6시 평화통일을 위한 묵주기도 100단도 바친다. 또 매주일 오후 2~3시에는 음악과 함께하는 평화를 위한 성시간,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미사 후 침묵의 성체조배 등도 열어 신자들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울러 성지는 현재 더 많은 신자들이 평화를 위해 기도할 수 있도록 1300석 규모의 대성당과 450석 규모의 소성당을 갖춘 ‘통일기원 남양성모마리아 대성당’을 건축 중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