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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성월 기획] 성모님의 꽃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5-08 수정일 2018-05-08 발행일 2018-05-13 제 309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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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신자들은 마리아의 아름다운 덕행을 꽃과 연결시키길 좋아했다. 덕분에 마리아의 이름이 담긴 꽃이나 마리아에 관한 전설이 깃든 꽃만 해도 수십 가지나 된다. 물론 꽃과 마리아의 연관성은 성경에 언급되지도 않고 교리적으로 가르치는 내용도 아니다. 하지만 꽃을 보면서 마리아를 떠올리고 전구를 청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기도가 아닐까? 성모성월을 보내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에 얽힌 마리아의 이야기를 알아보고 꽃과 함께 기도하는 성모성월을 보내보면 어떨까.

■ 장미

‘장미 꽃다발’ 뜻하는 묵주기도

“신비로운 장미,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우리는 성모호칭기도를 바치면서 마리아를 ‘신비로운 장미’라 부르며 기도한다. 많은 이들이 ‘마리아’라고 하면 가장 먼저 장미를 떠올린다.

장미는 하느님과 그리스도에 대한 마리아의 사랑을 상징한다. 하지만 단순히 상징만이 아니라 마리아와 연관이 있는 꽃이기도 하다. 1531년 멕시코 과달루페에서 마리아가 발현했을 때도 한겨울에 장미꽃들이 피어나는 기적이 일어났고, 프랑스의 라 살레트와 루르드에서 발현했을 때도, 마리아 곁에 장미꽃이 있었다.

우리 기도생활에서도 마리아와 장미는 깊게 이어져 있다. 묵주기도(Rosario)가 라틴어로 ‘장미 꽃다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백합

순결함과 동정성을 상징

마리아의 순결함과 동정성을 상징하는 백합은 장미와 함께 마리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교회는 예로부터 마리아의 꽃으로 장미와 백합을 함께 언급하곤 했다. 11세기에 활동한 성 베드로 다미아노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백합으로 입히셨고 장미로 덮으셨으며 꽃들로 치장시키셨도다”라고 기도했다. 인노첸시오 3세 교황도 ‘성모승천’을 노래하며 “하늘의 여왕께 장미를 드리고 백합을 바치자”고 읊었다.

중세기 화가들은 성화에 흰 백합을 그려 마리아가 정결한 처녀라는 것을 암시했다. 특별히 천사가 예수 탄생을 예고하는 장면을 그릴 땐 자주 흰 백합을 그려 넣었다. 그래서 흰 백합을 성모의 백합(Madonna lily) 혹은 성모영보의 백합(Annunciation lily)이라고도 부른다.

■ 은방울꽃

‘마리아의 눈물’로 불리기도

은방울꽃은 ‘마리아의 눈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꽃이다.

5월의 백합(May lily)이라고도 하는 은방울꽃은 백합과 마찬가지로 마리아의 순결함을 표현하는데 자주 사용됐다.

영국,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는 ‘마리아의 눈물’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곤 한다. 은방울꽃의 모습이 마치 방울방울 흐르는 눈물처럼 보이는데, 이 모습을 보고 마리아의 고통을 기억했던 것이다.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죽을 때 가슴 아파하던 마리아가 흘린 눈물이 이 꽃으로 변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 제비꽃

성모님의 겸손과 겸양 보여줘

제비꽃은 마리아의 겸손, 겸양(謙讓)을 나타내는 꽃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겸손을 상징하던 제비꽃은 그리스도교가 전파되면서 마리아의 겸손을 보여주는 꽃으로 자리 잡았다.

성 베르나르도는 저서 「신비의 포도나무(Vitis Mystica)」에서 마리아를 ‘겸손한 제비꽃’이라고 불렀다. 그는 제비꽃이 겸손을 상징하는 이유로 “작고, 땅에 가깝고, 향기롭고, 색이 소박한 것”을 들고, 제비꽃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겸손”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15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조빈니 디 파올로는 ‘겸손의 성모(Madonna of Humility)’라는 작품에서 아기 예수를 안은 마리아 옆에 제비꽃을 그려 마리아의 겸손을 나타냈다.

■ 로즈마리와 라벤더

천상 모후 상징하는 푸른색으로

로즈마리(Rosemary)는 ‘마리아의 장미’라는 뜻을 지닌다. 전설에 따르면 로즈마리는 원래 흰색 꽃이었다고 한다. 마리아가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로 도망갈 때 ‘로즈마리’ 위에 옷을 걸치고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 로즈마리 꽃이 파란색으로 변했다고 한다. 파란색은 천상의 모후인 마리아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라벤더의 향기도 마리아 덕분에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마리아가 라벤더 위에 아기 예수의 옷을 널어 말리자 라벤더에 향기가 머물게 됐다고 한다.

물론 두 이야기 다 역사적·성경적 근거는 없지만, 꽃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아기 예수를 키우던 마리아의 모습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