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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잡은 두 손, 평화의 문 열다] -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발표

박지순·정다빈 기자
입력일 2018-05-01 수정일 2018-05-02 발행일 2018-05-06 제 309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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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합니다” 평화 위한 동행을…
항구적·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추진 약속
종교 교류 확대 가능성 높아져 평화 정착에 한국교회 앞장서야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넘어갔다 다시 넘어오고 있다.

6·25전쟁 이래 68년간 한반도를 무겁게 내리누르던 분열과 대립의 그림자가 걷히고 평화의 빛이 그 자리를 비춰온다.

4월 27일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역사적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정상은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만천하에 천명했다. 또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정상이 확인한 이 같은 공동의 목표는 분열의 정전체제를 넘어 공존의 평화체제로, 핵전쟁의 위험을 넘어 핵 없는 한반도로 건너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판문점 선언의 화두는 단연 ‘평화’다. 한반도를 뒤덮고 있던 증오의 대립을 끝내고 한반도를 상생과 평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자는 것이 남북 정상이 함께 낸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는 세대를 이어 온 절실함이 짙게 배어 있다.

한반도 평화를 간구하고 기도해 온 교회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9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 삼종기도 중 “화해와 비핵화를 향한 발걸음에 나선 남북한 정상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기도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이자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추기경은 4월 30일 “이번 회담이 이 땅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하며 “평양교구의 신자들을 만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릴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 또한 4월 29일 광주대교구청에서 가진 본지와의 대담에서 “상생과 평화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며 “안정과 평화, 민족중흥의 큰 틀에서 합의를 확정했으니 이제는 이를 구체화 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남북 정상이 굳게 손을 맞잡고 ‘평화협정 체결과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선언하긴 했지만 구체적 방법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선언은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10·4 선언’은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정했을 뿐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에 대한 명시는 없었다. 북한이 남한을 배제한 채 북미 간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던 종전의 입장에서 전향적인 변화를 보인 것이다.

물론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는 길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과 북은 귀중한 발걸음을 뗐다. 그 발걸음으로 새 역사는 시작될 수 있다. 급변하는 정세에 발맞춘 교회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관되게 “민간교류 중에서 종교 교류가 앞장서야 하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밝혀 왔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은 이전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의 6·15선언과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10·4선언에서 한 걸음 더 크게 나아가 한반도 평화의 큰 밑그림을 그렸다. 그렇다고 북한이 정치, 사회적으로 즉각적인 변화를 보이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북한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최우선적으로 종교 교류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회는 경험을 통해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도 종교협력과 교류는 마지막 보루였다. 그런 만큼 한국교회는 한반도에 새 생명의 기운이 약동하는 이 즈음 한반도 평화로 향하는 물꼬를 앞장서 터야 한다. 한국교회의 어깨가 무겁다.

박지순·정다빈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