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정남석(프란치스코)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5-01 수정일 2018-05-02 발행일 2018-05-06 제 3093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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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로 노숙인들과 친구되었죠”
노숙인 위한 봉사 7년째 하며
매일 아침 감사기도 바치게돼

정남석씨는 봉사를 하면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 그게 봉사죠. 봉사자는 ‘주님의 손’이니 저는 그냥 일할 뿐입니다.”

정남석(프란치스코·73·성남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씨는 성남 안나의 집에서 7년째 꾸준히 무료급식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씨는 식사 준비에서부터 배식, 홀서빙, 청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다보니 언행이 거친 노숙인들이 분쟁을 일으킬 때도 많지만, 그때마다 정씨가 나서서 중재하곤 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하기에 분명 쉬운 봉사는 아니다. 하지만 정씨는 왜 봉사를 하느냐는 물음에 “여기 오면 힐링이 된다”며 웃을 따름이다.

사실 정씨가 처음 이 봉사를 시작했을 때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괜히 왔다’였다. 술 먹고 와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노숙인들도 많았고, 봉사자들에게 시비를 거는 노숙인들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던 중 안나의 집 주방에서 손이 없는 예수님 상을 보게 됐다. 정씨는 “봉사자가 손이 되어달라는 의미가 담긴 예수님을 보면서 내가 그분의 손이 돼야겠다고 느꼈다”면서 “정말 예수님의 손처럼 살아가는 김하종 신부님의 모습을 보고 그분의 모습이 좋아서 봉사에 더 성실히 가게됐다”고 말했다.

“그분이 일하시기 편하게 하려면 먼저 내가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씨는 매일 아침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I am grateful to be live. Thanks God)’라고 기도한다. 봉사를 하면서 하게 된 기도다. 정씨는 “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감사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했다. 또한 “삶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봉사에 몰두하면 그 일들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이제 정씨는 노숙인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가 됐다. 정씨가 개인적인 일로 봉사 날을 옮기면 다음 봉사 노숙인들이 찾아와 “어제 안 와서 밥맛이 없었다”는 웃음섞인 핀잔을 던지곤 한다. 모란역 등을 지날 때도 인사를 하며 아는 척하는 노숙인들도 있다.

친구처럼, 가족처럼 노숙인들과 동고동락하는 정씨가 말하는 봉사의 비결은 다름 아닌 ‘말 한마디’다. 자신이 봉사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처럼, 따듯하고 재치 있는 말 한마디는 상대방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노숙인을 상대로 봉사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같은 말을 하더라도 웃으면서 또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 말 한마디를 건넨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봉사기도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