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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두 손 모아, 난민에게 희망을] (4) 난민, 희망을 찾는 사람들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8-04-24 수정일 2018-04-25 발행일 2018-04-29 제 309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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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카리타스, 다양한 정착 지원으로 희망의 불씨 지펴
①자발적 본국 귀환
대부분 고향 돌아가고 싶어도 생계 문제에 좌절해 발 묶여. 주거 제공 등 여건 마련 도와
②현지 통합
수용해준 나라 자리잡는 난민 의료·직업 등 영역서 차별 받아. 보건 사업 추진해 문제 해결
③제3국에서 재정착
수용국가에서 살기도 힘들면 서방 국가로 흩어져 새 삶 꾸려. 정착 보탬되도록 교육사업 지원

4월 29일은 이민의 날이다.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약 10억 명(유엔 통계)은 이주민이다. 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대륙으로 또는 자신의 나라나 지역 내에서 이주를 하고 있다. 이 중 전쟁과 박해, 자연 재해와 빈곤 등으로 인해 비자발적 또는 강제로 이주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난민들이다.

전쟁이 종결되고 상황이 안정되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난민들도 있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기약 없이 귀환이나 재정착을 기다리는 난민들도 많다. 어떤 이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 제3국에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카리타스와 같은 국제카리타스 구호단체는 전 세계의 모든 난민들이 존엄성을 지니고 평화롭게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없이 난민들이 다시 삶의 희망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6월 태국에 있는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캠프를 찾은 한국카리타스 사무국장 추성훈 신부(앞줄 가운데)가 난민 아동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난민 아동들을 위한 교육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 제공

■ 난민들에게는 작은 일상도 행복

올해 11살이 된 시리아 난민 라님 샤갈리는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다. 라님의 가족은 시리아 알레포에서 살고 있다가 무수히 떨어지는 폭탄을 피해 레바논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레바논카리타스가 지원하는 난민캠프에 머문 지 어언 4년째, 단 몇 주일만 지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다.

라님과 그녀의 여동생은 그동안 제대로 학교조차 다니지 못했다. 그러던 그들에게 희망이 된 것은 레바논카리타스가 펼친 ‘학교 가기 프로젝트’였다. 신자들의 후원금으로 난민 아동들이 교육에서 중도 탈락하지 않도록 학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운영된 것이다.

“나중에 커서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의사가 꼭 되고 싶어요.”

라님의 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간다 ‘비디비디’ 난민캠프에 있는 남수단 난민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만을 고대하며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 난민에게 희망 주는 세 가지 방법

유엔난민기구는 난민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발적 본국 귀환 ▲현지 통합 ▲제3국에서의 재정착 등 세 가지를 제시한다.

먼저 ‘자발적 본국 귀환’은 대부분의 난민들이 희망하고 또 선택하는 방안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난민들의 고난을 끝맺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다시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들다는 현실이 난민들의 발을 묶어놓고 있다.

박해를 피해 태국에 머물고 있는 약 10만 명의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은 캠프에 머무는 동안 직업을 구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 불가능해 캠프에서 외부 지원에 의존한 채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여건이 조금 나아져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지만, 귀환했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생계가 어려워 다시 난민캠프로 돌아오는 사례도 있고,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아이들은 캠프에 남겨둔 채 부모만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네팔에 있는 부탄 난민 아동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부탄 난민 다수는 서방 국가에 재정착했지만, 여전히 1만 명 정도가 난민캠프에서 살고 있다. 한국카리타스 등 구호단체들은 이들이 교육 혜택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태국카리타스, 태국가톨릭난민위원회(COERR)와 협력해 지난 2012년부터 태국 내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는 극심한 빈곤으로 학교 교육마저 받기 힘든 난민 아동들을 대상으로 비정규 교육, 사회적 기술 훈련, 안전한 주거 환경 제공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난민들이 앞으로 본국에 귀환했을 때를 대비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현지 통합’은 난민들을 수용해준 국가에 난민들이 정착해 살아가는 방안이다.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본국 귀환을 포기한 난민들에게는, 난민캠프가 마련된 현지사회에 정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다.

이스라엘과의 영토 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 난민은 5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가자지구, 웨스트뱅크 등지 58개 난민캠프에 머무르고 있지만 직업, 의료,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특히 시리아에 머물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시리아 내전을 피해 또다시 피란을 떠나야 했다. 이들은 구호단체의 도움 없이는 현지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한국카리타스는 가자 지역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현지사회 정착을 위해 의료 보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루살렘카리타스와의 협력을 통해 카리타스 의료센터에서 검진을 실시하고 보건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 심리안정을 위한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 ‘제3국에서의 재정착’은 현지사회 적응도 힘든 난민들을 위한 방안이다.

네팔에 있는 부탄 난민들은 원래 힌두교도들로서 부탄에 살고 있었지만, 불교 국가인 부탄으로부터 철저하게 배척당했다. 삶의 터전 없이 네팔의 난민캠프에 머물던 부탄 난민들 중 대부분은 다행히 미국, 호주, 캐나다, 덴마크, 뉴질랜드 등 8개국으로 흩어져 새 삶을 꾸리고 있다. 현재 10만 명이 정착했고, 네팔 캠프에 남아 있는 부탄 난민은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네팔정부는 물론 국제 구호단체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태국 난민캠프에 머물고 있는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들. 이들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희망으로 고된 난민캠프 생활을 견뎌내고 있다.

부탄 난민들은 제3국에서의 재정착을 꿈꾸며 지속적으로 미래를 준비해왔다. 네팔카리타스는 부탄 난민들을 대상으로 1991년부터 교육사업을 추진해왔다. 한국카리타스도 2012년부터 네팔카리타스와 협력해 부탄 난민 교육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난민들에게 교육은 제3국에서 정착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카리타스 사무국장 추성훈 신부는 “안전한 곳에서 새롭게 정착하고자 하는 난민들의 꿈은 쉽게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각종 난민 지원 사업을 꾸준히 펼침으로써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희망의 불씨를 남겨주는 것이 한국카리타스를 포함한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 공동 캠페인 후원 문의 02-2279-9204 한국카리타스

후원 계좌 1005-701-443328 우리은행,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