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이구, 돈이 원수지 원수야!”
아침부터 베드로가 신문을 들고 구시렁대고 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신문 기사를 들이대며 비장한 듯 말을 한다.
“신부님 좀 보십시오. 그놈의 돈 때문에 또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지 뭡니까!”
[4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모녀 사망 사건이 충북 증평에서 발생,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남편과 사별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40대 여성이 4살 난 어린 딸과 함께 숨진 지 두 달여 만에 발견됐다.](2018년 4월 8일 연합뉴스)
신문기사를 찬찬히 보던 백 신부가 혀를 차며 말한다.
“그러네요. 돈이 원수네요. 제가 지난주에 동물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람에 대한 복지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던 기억나시죠?!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복지 사각지대가 심각하게 많습니다. 4년 전 ‘세 모녀’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보장체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했지 않습니까? 그리고 1년쯤 지나서 ‘국민기초 생활 보장법’을 ‘맞춤형 급여 제도’로 개정했기에 이런 일이 더 이상 없으리라 기대했었는데….”
“신부님, 우리도 복지에 대한 일을 하고 있지만, 재원부족이라든지 인력부족 때문에 복지 대상자를 찾아 가기가 힘든 실정 아닙니까? 또 지자체나 정부에서 제시하는 복지혜택 대상자 선정 기준이 너무 까다롭기도 하구요. 이래저래 참 쉽지가 않습니다.”
“베드로씨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그런 물질적 부족함이나 제도의 부족한 점만 한탄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돈을 대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자세가 하느님 뜻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돈을 대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자세라…. 흠, 사회교리로서의 돈 문제인가요? 역시 신부님은 주제 선정을 하는 능력이 신기하리 만치 탁월하십니다. 사회교리 분야가 아닌 것 같은데, 이야기하다보면 사회교리가 맞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지면 그만 잡아먹고 이야기 계속 하시죠.”
“하하, 이야기 시작합니다. 먼저 돈의 역사를 알아보고, 이어서 성경 말씀을 들어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나라와 돈에 관해서 묵상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원수인 돈을 사랑하자’냐고요? 마태오복음서 5장 44절 중에,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처음에 말했듯이 돈이 원수 아닙니까? 사람들은 가끔 지긋지긋하게 싫은 것들을 원수로 여기고 삽니다. 그러면서도 또 그 지긋지긋한 원수가 없으면 죽고 못 삽니다. 예를 들어 술만 보더라도 그렇게 술 때문에 집안 망하고 인간관계 다 깨어지고 고생고생하고도 또 그놈의 원수인 술을 사랑하죠. 우리는 돈, 술, 담배…. 그 원수들을 사랑하고야 맙니다. 아이고, 지긋지긋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