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최희성(아나스타시아)씨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04-24 수정일 2018-04-24 발행일 2018-04-29 제 3092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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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우스 이주민센터 봉사 9년째…
‘함께하는 기쁨’ 느끼며 신앙도 성장
이주 여성·자녀들 말벗하며 장학회·사회적 기업 활동도

최희성씨는 이주민들을 위한 봉사 덕분에 ‘함께하는 기쁨’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봉사로 ‘함께하는 기쁨’을 알게 됐어요. 이주민 향한 ‘오지랖’은 주님이 제게 준 선물이죠.”

최희성(아나스타시아·53·성남대리구 판교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씨는 수원엠마우스 이주민센터(이하 수원엠마우스) 봉사자다. 교구 사회복음화국 이주사목위원회 산하 기관인 이 센터에서 최씨는 카페 봉사팀장을 맡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그는 카페에서 이주민들의 말벗이 된다. 올해로 9년째, 단 한 번도 봉사를 거른 적이 없다.

최씨가 오랫동안 봉사해온 이유는 ‘함께하는 기쁨’ 때문이다. 원래 최씨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싫어했다. 경쟁이 일상화한 사회에서 웬만한 사람은 다 경쟁자로 여긴 까닭이었다.

이런 최씨의 생각은 봉사를 하며 달라졌다. 이주민들은 경쟁은커녕 최씨가 도와야 하는 이들이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돼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이주민 여성들, 언어장벽에 부딪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 자녀들이 그랬다.

최씨는 우선 두 자녀를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들의 육아 고충을 들어주고,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알려줬다.

이후 변화가 생겼다. 이주민 여성들이 그에게 고민 상담을 해왔다. 최씨가 우울해할 때면 이주민 자녀들이 도리어 그를 꼭 안고 위로해줬다. 이전엔 몰랐던 행복을 이주민들과 만나면서 알게 됐다.

그때부터 최씨는 아예 ‘오지랖’을 떨었다. 이주민 여성이 먼 거리를 이동할 때면 운전기사를 자청하고, “학교에서 혼났는데 말이 안 통해 이유는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이주민 자녀를 위해 학교에 직접 가서 선생님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신앙심도 깊어졌다. 이주민들과의 만남 덕분에 잊고 있던 꿈도 이룰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학 사업’이다. 최씨는 평소 장학회를 꾸려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고 싶었다. 그런데 2016년 수원엠마우스에서 장학회를 구성했고 의도치 않게 최씨가 회장이 됐다.

‘사회적 기업 창업’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한 베트남 이주민의 요청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유엔아이(You&i) 이주여성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조합에서 일회성으로 연 재봉틀 수업은 오는 5월부터 ‘지속사업’으로 편성된다. 수강하는 이주민 여성들만 동의하면 추후 이들과 함께 의류수선 사회적 기업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연히 시작한 봉사로 함께하는 기쁨을 느끼고, 그렇게 떤 오지랖이 꿈까지 되찾아주고, 주님 뜻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요? 주님이 제게 준 선물 ‘오지랖’을 앞으로 더 펼쳐야겠어요.”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