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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날 기획] 다문화가정 2세, 교회 공동체 통합 노력 필요하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04-24 수정일 2018-04-25 발행일 2018-04-29 제 309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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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도 우리 공동체 자녀입니다
편견에서 비롯된 문제 심각, 정체성 혼란에 왕따 현상도
교회 안에서 이들 구별 말고 지역·본당서 ‘통합’ 앞장서야

4월 21일 안산엠마우스다문화센터 토요공부방에서 다문화가정 2세 학생들이 함께 웃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와동로 103. 매주 토요일이면 아이들의 우렁찬 노랫소리가 동네 골목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진다. 노래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섞여 들려온다.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산하 안산엠마우스다문화센터(센터장 홍은화 수녀) 토요공부방의 모습이다.

토요공부방은 2012년 학교 주 5일제가 시행되자 대부분 토요일에도 맞벌이를 하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음악, 미술을 통한 인성·정서 프로그램과 독서논술, 영어 등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별히 교리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4년째 토요공부방을 다니고 있다는 양승호(여호수아·13)군도 토요공부방에선 언제나 즐겁다. 승호군은 “본당은 낯설지만 이곳에선 서로 가족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이 많아 더 편하다”면서 “본당도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다면 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2세. 한국에서 태어났기에 국적은 당연히 한국인이다. 국가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2013년 0.9%였던 전체학생 대비 다문화학생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9%에 달했다. 다문화가정 2세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다문화라는 환경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문화적 갈등, 이혼 등으로 인한 가정불화로 심리적 불안을 느낄 뿐 아니라,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또 어릴 때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만큼 언어·학습능력도 저조한 편이다. 하지만 가장 크게 겪는 고통은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이다.

센터장 홍은화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부모들의 편견이 아이들에게 이어져 다문화가정 2세 아이들은 크고 작게 ‘왕따’를 당하는 일이 많다”면서 “이런 편견은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는 과거 이주노동자만을 돌보던 이주사목에서 다문화가정, 그리고 토요공부방처럼 다문화가정 2세를 돌보는 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요공부방뿐 아니라 수원교구 안양엠마우스의 선데이아카데미, 의정부교구 광적본당과 녹양동본당, 춘천교구 한삶의 집 등이 공부방 형태로 다문화가정 2세들이 학교와 지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대전교구, 전주교구 등은 다문화가정 2세를 위한 주일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 2세들을 위한 가장 좋은 길은 이들을 따로 두지 않고 각 지역 및 본당공동체 안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토요공부방 또한 통합으로 가기 위한 임시적인 방법일 뿐이다. 특히 토요공부방에서는 다문화가정과 지역·본당공동체의 통합을 지향하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다문화가정 2세들과 어울려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토요공부방을 이용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30명 정도에 불과해도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봉사자는 50여 명이나 된다.

대구대교구 5대리구 이주사목담당 박원빈 신부는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사람 사이를 구별시키는 의미로, 따로 사목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면서 “다르지 않게 대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장 김창해 신부도 “언젠가 다문화가정 2세들을 본당 주일학교로 보냈더니 어울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회상하면서 “‘이주사목’의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고 인식을 전환할 때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