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스킵 서순석 선수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4-17 수정일 2018-04-18 발행일 2018-04-22 제 3091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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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은 삶의 전부… 신앙은 삶을 지지하는 기둥이죠”
23살에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세례 받고 장애도 받아들이게 돼
평창서 4위… 성원 보답 위해 ‘맹훈련’ 

자신의 묵주를 보여주는 서순석 선수.

“지금 많이 행복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행복 아닐까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이하 평창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스킵(주장) 서순석(미카엘·서울시청) 선수. 그는 바로 지금, 최고로 행복하다며 활짝 웃는다.

23살의 어린 나이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그는 “이제는 장애인으로 살아온 날들이 더 많다”면서 “지난 25년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평창 패럴림픽까지 2회 연속 패럴림픽에 참가했다. 목표했던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끝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경기력으로 상대를 긴장시켰고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에서는 ‘안경선배’로 잘 알려진 컬링 국가대표 김은정 선수와 함께 최종 성화 봉송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성화 봉송대에서 경기장을 내려다보니 가슴이 확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면서 “제 인생에 큰 추억을 만들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서 선수에게 컬링은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사고 이후 우울증에 걸릴 만큼 힘들었던 그에게 휠체어컬링은 단순히 하고 싶은 것을 넘어서 그야말로 운명처럼 다가왔다. 2009년 지인의 소개로 휠체어컬링을 처음 접했다. 운동에 집중하다보니 집중력이 생겼고 우울증도 완치됐다.

“하느님께 희망의 문을 보여 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 얻은 대답이 ‘컬링’이었어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에서 휠체어컬링 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서순석 선수.서순석 선수 제공

그에게 컬링이 삶의 전부라면, 신앙은 그 삶을 지지하는 기둥과도 같다.

서 선수는 “힘들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버지, 어머니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면서 “힘들 때 제일 먼저 하느님과 성모님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중에는 주머니에 묵주를 넣고 다니며 힘들 때마다 만지작거렸다. 평창에 가기 전에 신부님께 안수를 받고 선물 받은 묵주다. 올해 1월 1일에는 대표팀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이끌고 서울 명동주교좌대성당에서 함께 미사에 참례하기도 했다.

그가 세례를 받은 건 사고가 난 지 6년 정도가 지났을 때다. 성모상 앞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 뒤 세례를 받기로 마음먹었다. 세례 받은 후에는 자존심 대신 ‘자긍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가졌던 원망이나 극단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장애도 하느님의 선택이자 선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는 “대부분 패럴림픽 선수들이 후천적인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이라면서 “여러분들도 우리를 가족처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패럴림픽이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병원이나 은행 등에서 그를 알아보고 사인 해달라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는 “바라던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국민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면서 “베이징 패럴림픽 때 그 성원에 보답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후에도 그는 곧바로 얼음판 위에 올랐다. 4월 말에 있는 국가대표 선발전과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 등을 준비하며 오늘도 맹훈련이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