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세 부제 양기승 부제
포기하지 말고 계속 기도하세요
“나는 왜 사제의 길을 걸어야 할까?” “사제란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양기승 부제(요한·57·의정부교구 소속 예수마음선교회)가 매일미사 중 성찰하는 질문이다. 그는 2014년, 53세의 나이에 인천가톨릭대학교 3학년 신학생으로 편입했다.
하느님 축복의 전달자로서, 제단의 봉사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배우고 그 마음대로 살고자 선택한 길이다. 체력도 열정도 청년 시절 같지 않아 신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도 쉽진 않다. 함께 수학하는 후배 신학생들은 물론 동기 부제들도 조카뻘이다. 하지만 매일 느끼는 기쁨은 이전 삶의 두 배라고 한다.
사제의 길이 양 부제가 선택한 첫 번째 성소는 아니었다. 20대 후반, 그는 불우한 청소년들을 돕겠다는 마음 하나로 한 수도회에 입회했다. 갑작스럽게 권유받은 교리교사 활동이 거룩함에 대한 생각을 키우는 작은 밀알이 됐다.
사실 사제로서의 삶은 물론 수도 생활도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청소년·청년들이 부르심에 응답하기 전에 흔히 거치는 복사활동이라든가 예비신학생 모임 등에도 참가해본 적이 없었다. 직장도 탄탄했고 결혼을 하고 낳을 아기 이름도 미리 지어놓을 정도로 결혼에 대한 꿈이 컸다. ‘나를 죽이고 가라’고 할 정도로 극렬하게 반대하는 아버지까지 뒤로 하고 입회했고 행복했다.
그런데 중년기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인간적인 욕심, 꿈에 대한 애착 등이 끊임없이 꿈틀댔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다시 물으면서 피정 중에 ‘새로운 부르심’을 들었다.
“제가 받은 피정의 은총을 나누며 살기 위해 사제의 길을 다시 선택했습니다. 피정에서는 강의와 성사, 특히 고해성사와 성체성사가 꼭 필요한 것도 사제 성소에 응답하게 된 큰 동기였죠.”
양 부제는 누구든, 언제가 됐든, 하느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체험할 때 성소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하느님께서 주신 자유의지를 묶어만 둘 것이 아니라, 성소를 선택하기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