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맡은 방혜자 화백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4-10 수정일 2018-04-11 발행일 2018-04-15 제 3090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생명 기쁨 평화’ 담아낸 푸른 빛의 향연
성당 박물관 스테인드글라스 6개월간 심사 거쳐 최종선정
저작권료 없이 작품 모두 봉헌 "주님의 사랑 널리 전해지길"

방혜자 화백은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할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에 ‘빛은 생명이요, 기쁨이며 평화’라는 메시지를 담는다”고 말한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방혜자(혜자, 惠子, enfant de grace·81) 화백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된다. 방 화백의 작품은 샤르트르 대성당 옛 종교참사회의실에 만들어지는 4개의 창을 꾸미게 된다. 대성당 측은 공모와 6개월의 심사 과정을 거쳐 지난달 최종적으로 작가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해 안에 샤르트르 대성당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됐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예술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특히 12~13세기에 만들어진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잘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더욱 유명하다. 대성당측은 이러한 전통을 지키기 위해 올해 11월 보수 공사를 마치고 성당 박물관으로 사용하게 될 옛 종교참사회의실에도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방 화백은 독일 페테르스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의 초대로 함께 응모했다.

새로 설치할 스테인드글라스의 규모는 세로 4m26㎝, 가로 1m62㎝에 달한다. 방 화백은 작품 전체에 ‘빛은 생명이요, 기쁨이며 평화’라는 메시지를 담는다고 밝혔다. 각각의 창에는 ▲빛의 탄생 ▲생명, 빛의 숨결 ▲사랑, 빛의 진동 ▲평화, 빛의 노래 등을 표현한다. 샤르트르 대성당의 기존 스테인드글라스가 주로 청색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푸른 빛의 향연과 같이 청색을 섬세하게 배색한 점도 돋보인다.

방 화백은 “빛의 작은 점 하나를 그리는 것은 사랑과 기쁨,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빛에서 시작해 빛으로 돌아가는 존재예요. 빛은 생명을 상징합니다. 빛은 생명의 원천이고 빛이 없으면 우주도 존재할 수 없죠. 또 생명체들은 서로 사랑하고 생명체들이 서로 사랑하면 평화가 오잖아요. 이러한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성경도 빛에 대해 말하잖아요.”

샤르트르 대성당 4개의 창을 꾸미게 될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이미지들.

방 화백은 이러한 빛과 생명, 사랑, 평화를 세상에 바치는 마음으로 모든 작품을 봉헌한다고도 밝혔다. 작품 저작권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서울대 미대 졸업 후 1961년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로 유학을 떠났으며, 현재 프랑스에 상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빛을 연구한 여정만도 57년째다. 그의 작품은 닥종이나 부직포 위에 천연염료를 이용해 양면으로 채색해 종이 위에 색이 스며들고 우러나는 효과로 빛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특징이다.

1964년 프랑스에서 세례를 받은 그의 세례명은 독특하게도 자신의 이름이다. 방 화백은 “당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영향을 받은 신부님께서 제 이름인 ‘혜자’를 세례명으로 정해주셨다”면서 “은혜로운 아이처럼 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방 화백은 “그림 그리는 것도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 창작하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통해서도 그리스도의 사랑이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