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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한국가톨릭문학상 특집] 본상 김주영 작가 「뜻밖의 生」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4-10 수정일 2018-04-11 발행일 2018-04-15 제 309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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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삶에 지친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가톨릭신문사가 1998년 제정한 한국가톨릭문학상(이하 가톨릭문학상)은 한국교회 최초의 문학상으로 올해 21회를 맞았다. 그간 교회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작가들에게 상을 수여해 왔다. 이 상은 문인들의 작품 활동을 격려하고 인간 보편 가치에 집중한 다양한 작품들을 발굴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는 김주영 작가의 소설 「뜻밖의 生」(2017,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작으로는 김유진 작가의 동시집 「뽀뽀의 힘」(2014, 창비)을 각각 선정했다.

1939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단편 ‘여름사냥’이 월간문학에 가작으로 뽑히고, 1971년 단편 ‘휴면기’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화척’, ‘홍어’, ‘잘 가요 엄마’ 등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최근 새로운 장르인 동화집필에도 힘쓰고 있으며 ‘유주현 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무영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김주영 작가는
“처음 1971년 데뷔를 하고 글을 쓸 때는 산업사회로 나가는 사회에 불거진 파괴된 인간상을 담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신앙을 가지게 되면서 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위로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주영(티모테오·79) 작가는 자신의 문학인생을 반추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그간 내놓은 굵직한 작품들은 사회현상 고발, 풍자를 띠고 있는 작품들이 다수다. 김 작가는 요즘 들어 작품의 경향이 인간 내면과 삶, 선(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담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읽는 이로 하여금 긍정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한 노력의 산실이 바로 수상작 「뜻밖의 生」이라고 밝혔다.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풍자적인 요소, 비뚤어진 인생과 몰락한 사회현상을 꼬집는 소설들 위주로 많이 집필했다. 그러나 다양한 소설뿐 아니라 시, 음악, 그림들을 보면서 의식세계를 넓혀가면서 사회비판을 넘어 소외된 이들이 위로 받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며 우울감과 슬픔, 고뇌에 빠진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책을 통해 위안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마치 ‘하느님이 주신 상’과 같았다고 한다.

“가톨릭문학상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도 물론 컸지만 반성하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며 “이 상을 계기로 제 신앙도 더 돈독하게 가꿔가면서 다른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작품을 집필하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글은 사회의 폐해를 샅샅이 파내고 그 속에서 ‘비주류 타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세심하게 담은 작품들이 많다. 잘 알려진 역사소설 ‘객주’ 역시 보부상의 삶을 깊게 조망한다. 지배자가 아닌 피지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 그리고 인물들 간의 인간적인 갈등 등 민중들의 당시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외에도 ‘천둥소리’, ‘화척’, ‘홍어’ 등 김 작가의 작품들은 하층민,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현실적인 모습, 인간 군상, 사회와 풍속 등을 집요하게 담았다고 평가 받는다. 이 같은 평가에는 작가가 스스로 사회를 관찰하고 글에 녹이는 데 소홀하지 않았던 점이 크다. 그에게 ‘길 위의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이 방증이다. 김 작가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의 모습을 담아내려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는 특히 글 속에서 소외된 이가 주로 등장하는 이유를 자신의 삶에 빗대어 설명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내 글에는 내가 살아온 삶이 녹아 있다. 어릴 적 나는 가정생활이 불우했다. 가난했고, 또래 사회에서도 소외 받는 사람이었다”며 “그러나 그런 경험들이 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든 자양분이 됐다. 소외와 불행함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소외된 이들에게 내 글이 삶을 살아가는데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뜻밖의 生」을 통해 ‘어렵고 꿋꿋한 삶에서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담았다고 밝혔다.

“소설의 주인공인 박호구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괄시 받는 투명인간과 같은 사람이다. 다시 말해 사회가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삶을 받아들이고 끈질기게 삶을 살아낸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작가는 사회 부조리를 진단하고 꼬집는 데서 나아가 한 개인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한다. 주인공의 삶 속에서 ‘용기’와 ‘희망’을 찾는다. 삶을 받아들이고 주변을 사랑과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눈은 가톨릭 정신과 상통한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이 또 하나의 종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정화한다는 뜻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끝없이 삶을 향해 걸어가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고민하는 소설가. 김주영 작가는 앞으로도 삶의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위로를 건네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대부분의 것을 독학으로 배우고 익혔습니다. 그래서 내 작품에 대단한 철학이 스며져 있다거나 대단한 예시를 제시하는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 글을 읽고,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고통 받고 괄시 받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 수상작 「뜻밖의 生」

결국 인간 본성엔 선함과 사랑이…

“방법은 고난보다 많다. 척박한 바위산 기슭에 십 년 동안 하루에 몇 그루씩 나무를 심고 있는 중국 농촌의 한 농부가 한 말이다. 그는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심각한 장애인이었다.”

「뜻밖의 生」(2017, 문학동네) 작가의 말에서 김주영 작가가 남긴 말이다. 「뜻밖의 生」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연재한 작품으로, 작가의 말은 힘겨운 삶 속에서도 살아가는 주인공 ‘박호구’의 모습을 옮겨놓은 듯하다. 수많은 역경을 겪으면서도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낸다.

소설은 한 인간이 생을 살아내며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과 희극을 드러낸다. 노인이 된 박호구와 소년 박호구라는 두 시점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산 주인공의 모습을 작가는 섬세하게 풀어낸다. 그러면서도 주인공과 연대를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곁들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결국 인생은 혼자가 아니며 절대적으로 불행하거나 차갑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짚는다. 아울러 인간 본성에는 결국 선함과 사랑이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김 작가는 “이 소설은 긍정적인 삶을 사는 인간상을 담고 싶었다.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강조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