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건강하게 삽시다] 19. 고통받는 산모

최수호ㆍ가톨릭의대 외래부 교수
입력일 2018-03-23 수정일 2018-03-23 발행일 1985-08-18 제 146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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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 직후는 정신도 박약할 때
산후 3개월까지 주위관심 요긴
일년전에 결혼한 가정주부의 이야기이다. 첫애를 낳은지 1개월정도 됐을때 얘를 안고 시댁에 갔었는데, 그때부터 이 부인은 신경이 곤두서고 불안하고 입맛이 없으며 잠이 잘오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자신이 낳은 자식이지만 정이 가질않고 애만 보아도 짜증이 난다고 그녀는 괴로워 했다. 몸에서 열이 나는것 같고 가슴이 답답하여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고, 한번은 버스를 타고 방황한 일도 있다고 호소했다. 기분의 변화가 너무 심하고 이 세상에서 내가 없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같다고 가장 최악의 경우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사를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지만 너무 계속 반복된 질문에 주위사람들이 짜증을 낸다. 주위사람들을 위해서도 내가 죽어야 되겠다고 울먹였다. 남편이 나를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반복된 질문을 하니 남편도 짜증을 낸다고 어떻게 하면 좋아질수 있느냐고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이 병이 나을수 있는냐는 질문을 계속 반복하였다. 여기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녀는 불안ㆍ긴장감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최고수준에 도달된 상태였다. 따라서 이 불안과 긴장을 무의식적으로 극복하기위해 강박전인 사고와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신체ㆍ정신적인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같은 현상은 병적인 것으로 표출된 증상이지만 그녀의 자아(自我)의 무의식적인 투쟁이다. 둘째, 어린애를 낳은 후 그녀의 신체, 정신적인 건강이 쇠약해진 상태다. 한 생명을 탄생시킬 때 모체의 모든것이 빼앗기기때문에 과거에 신체 정신적으로 허약했던 사람은 신체 정신장애를 초래할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정신적은 경험과 상처가 모체가 허약한 틈을 타서 재발한다.

그녀의 경우에 있어서는 부모의 과보호로 인한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적응력의 시험대에 놓여있었다.

어린애를 어떻게 키울것인가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가 그녀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한 어린애의 어머니로서 역할이 너무도 부담스러운 것이다.

한 생명에 대해 책임있는 부모가 되기에는 그녀 자신이 정서적으로 미숙하였다. 또한 부인으로서 남편을 도와주고 협조적인 생활이 신체ㆍ정신적으로 허약해지면서 그녀 자신에게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것이다. 결혼생활이나 어머니가 된다는것에 대한 알력이 남편이나 어린애에 대한 망상으로 발전할수도 있을것이다. 흔히 산후에는 자기 어머니에 대한 태도, 또는 자신의 신체적인 상처에 대한 콤플렉스가 부활되어 고민하면 경우가 있다. 산후에 주위의 어른들, 특히 시어머니, 또는 남편의 보살핌이 대단히 중요하다. 산모가 심신이 허약할때 시집 식구들과 남편의 보살핌이 무성의할 때는 산모가 회복한 후에, 고부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며, 남편과의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일생동안 인간적인 갈등이 계속될 소지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출산이후 적어도 3개월동안 전가족들이 합심하여 산모를 보살펴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이때 비로소 그 산모는 시집에 새로운 인생의 뿌리를 내리게 될것이다.

최수호ㆍ가톨릭의대 외래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