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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주일 특집] 비닐 봉투 생산하는『개미산업』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8-03-14 수정일 2018-03-14 발행일 1994-05-15 제 190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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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한 장애인 전용 공장

수녀 포함 장애인 6명이 총원
경기도 위탁으로 4월부터 수원교구서 운영
가정 식당 쓰레기 수거용 제작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원천동 팩토리월드 아파트형 공장 102호에 자리잡은 개미산업을 두고 주위에선「개미집」이라고 부르고 있다. 말없이 장애인들이 바쁘게 들락거리며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4월 23일 문을 연 개미산업(대표=문병학 신부)은 아직 공장을 한 달도 채 가동하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공장 한 구석엔 이곳에서 생산해낸 많은 양의 제품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쓰레기 수거용 비닐 봉투를 주로 생산하는 개미산업의 종업원은 이곳에서 책임자로 일하며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고 있는 조베로니까(프란치스꼬 전교수녀회) 수녀를 포함해서 농아인과 지체 장애인 등 모두 6명.

경기도에서 아파트형 공장을 3억5천만 원에 분양 받아 비닐 절단기 3대와 2도인쇄기, 전자부품을 조립할 수 있는 콘베아벨트 등을 갖춰 수원교구 사회복지국(국장=문병학 신부)에 위탁한 개미산업은 순수한 장애인을 위한 전용 공장이다.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 재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장을 설립한 경기도에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으로 가톨릭을 선택, 수원교구 사회복지국에 위탁 운영을 요청해옴으로써 장애인 전용 공장의 탄생을 보게 됐다.

개미산업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을 위해 공장을 설립하고 가톨릭 단체에 위탁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고 있는 만큼 문병학 신부는「개미산업이 자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운영하겠다」며 설명하고 있다.

현재는 공장 가동이 모두 이뤄지지 않아 비닐 절단기 한 대만을 가동하고 있지만 시설이 갖춰지고 판로가 확보되면 모든 기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85평의 공장 면적에서 일할 수 있는 장애인은 최고 40여명이지만 개미산업의 가장 큰 숙제인 판로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미산업에 와서 일하겠다는 장애인이 수십 명이나 몰려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너무 일자리를 주지 않고 방 안에만 가둬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 장애인들에게 일하는 보람과 재활할 수 있는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신앙 상담과 인생 상담은 물론 적접 한 사람의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현장 책임을 맡고 있는 조베로니까 수녀는 개미산업이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개미산업에서 현재 주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쓰레기 수거용 검은 비닐 봉투로 가정용과 식당용, 영업용 등으로 활용되며 장애인 2명당 하루 약 2만 개의 봉투를 생산하게 된다.

물론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면 경기도에서 전량 구매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판로가 막연한 상태이다.

개미산업을 위탁 받은 수원교구 사회복지국 문병학 신부는 가톨릭계 병원과 각 본당 신자들이 개미산업에서 생산한 비닐 봉투를 구입해 줄 것을 틈만 나면 요청하러 다닌다.

비닐 봉투 판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 현재 갖추고 있는 콘베아벨트를 이용한 전자 부품 조립도 병행할 계획을 개미산업은 갖고 있다.

공장 면적이 85평에 달하지만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지체 장애인들이 많아 다른 공장보다 공간이 몇 배나 더 넓어야 하기 때문에 있는 시설을 다 가동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면서도 한 번도 지겹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지체 장애인 근로자 김미원씨(28ㆍ여ㆍ예비자)는『5년 전에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줄곧 집안에만 갇혀 지냈는데 개미산업에서 일할 수 있게 돼 새로운 세상을 사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까지 수익금이 크게 많지 않지만 모든 수익금을 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는 철저한 원칙과 사랑으로 장애인과 한 가족을 이룬다는 마음으로 운영되고 있는 개미산업. 문병학 신부는 장애인들도 열심히 일하면 장애를 극복하고 떳떳하게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터전이 되도록 개미산업을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