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장애인 주일 특집] 정신 지체 장애인 보호 작업장『나자로의 집』운영 박민정씨

노경아 기자
입력일 2018-03-14 수정일 2018-03-14 발행일 1994-05-15 제 190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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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모르는 장애인은 “천사”

작업 교육 통해 자립심 키워
장애인 부모 15명과 뜻 모아 함께 설립
5월 15일은 가톨릭 교회가 정한「장애인 주일」이다.

매년 성모성월 셋째 주일을「장애인 주일」로 정한 것은 아마도 부모와 자녀, 스승과 청소년을 생각해보는 가정의 달에 우리의 가족이면서도 외면 당하는 징애인들을 다시 한 번 사랑의 손길로 살펴보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장애인 주일을 따로 정하고 있는 교회 안에서도 정작 장애인들은 서럽다.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수용시설은 많아도「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사회 통합의 공간이나 지원은 현저히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애 아동의 조기교육에서부터 장애인들을 위한 성당의 각종 시설, 고용에 이르기까지 장애인들을 위한 교회 안에서 형제들과 함께 친교와 기쁜 소식을 나눌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가난한 마음의 집 대표 김경철(후꼬)씨는『현재 서울대교구 내에서 일반 유치원을 운영하는 40개 본당 중 4개 본당에서만 장애아 조기교육실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농아들을 위한 수화미사는 전국에서 한두 곳의 교회에서 봉헌될 뿐이고 맹인들이 읽을 수 있는 점자 주보는 가톨릭 맹인선교회 장애인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할 뿐 교회 구성원들의 배려는 없었다. 정신 지체 장애인들을 위한 교리교육, 예비자 교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도 시설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교회 안에 장애인 고용은 더더욱 요원하다.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 보좌인 정순오 신부는『성서에서 예수님은 나환자를 고치는 기적을 보여주시고 나환자에게 말씀하시길 사제에게 가서 보이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사제에게 가서 보이라는 말은 그동안 격리됐던 나환자가 사회성과 인간성의 진정한 회복을 의미한다. 사회성 회복이야말로 예수님 기적의 핵심이다』고 말한다.

장애인 주일의 하루살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장애인의 진정한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우리의 부모요 자녀인 장애인을 가족의 일원으로 감싸안는 교회 구성원의 용기와 노력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정신 지체 장애인 친아들 이외에 또 다른 20여명의 정신 지체 장애인을 자신의 자식으로 삼은 어머니, 그래서 더욱더『천국에 살고 있는 느낌』이라는 어머니.

그가 바로 정신 지체 장애인 보호 작업장「나자로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민정(막시마ㆍ62세)씨다.

20세 이상의 젊은이, 그러나 지능은 다섯 살박이도 채 되지 못하는 이들 장애인들이 모여 하루 하루를 보내는「나자로의 집」은 단순 작업과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이 들이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사회 그 어디에서도 정신 지체 장애인 아들을 받아주려고도, 교육시켜 주려고도 하지 않자 이순의 나이에 자신이 직접 시설 운영에 나선 그는 이번 제14회 장애인 주일을 맞아「장애인 가족」부문의 포상자로 선정됐다.

『이 세상에 자기가 원해서 장애인이 된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우리 정상인들은 종종 건강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살아갑니다. 건강을 주신 하느님의 은총과 이에 감사하는 마음을 장애인과 조금만 나눈다면 장애인 복지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수 있을 텐데 아직도 요원하기만 합니다』 그가 30세 되던 해 낳은 둘째 아들 최현철(베네딕도ㆍ32)씨에게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정신 지체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아들을 국민학교에 진학시키고 나서였다.

도저히 국민학교 1학년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들을 데리고 특수학교를 찾아나선 그는 교육시설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도 좋지 못한 특수학교에 늘 화가 치밀었다.

『방과 후 집에 돌아오는 아들은 줄곧 밖에 나가 5~6살 되는 꼬마들과 함께 놀곤 했는데 늘상「바보」라는 놀림을 받거나 싸우고 돌아오곤 했어요. 바보라는 말은 참으로 부모에게 스트레스를 주더군요. 아이를 나가 놀지 못하게 하고 방에만 있게 한 적도 있어요. 그랬더니 한동안 우울증을 앓기도 하더군요』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이리저리 옮겨다녀야 했던 자활시설의 대책을 고심하던 그는 91년 12월 드디어 15명의 정신 지체 장애인 부모와 뜻을 모으고 2백만 원씩 보증금을 거둬 서울 봉천1동 3층 건물 지하실에「나자로의 집」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일선에 나서지 않았지만 정신 지체를 침으로 고쳐본다고 침방을 만들고 부모들간의 불화를 보다 못한 그는 지난해부터『나자로의 집이 바로 내게 맡겨진 소명』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가며 장애인들에게 참사랑을 나눠주려는 노력은 때때로『장애인들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등의 오해로 둔갑해 종종 곤욕을 치른다.

자신의 아들만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 이제는 많은 정신 지체인의 어머니로 우뚝 선 그의 요즘 바램은 그다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경제적인 후원이나 더 많은 봉사자보다도 그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정신 지체 장애인들이 단순 작업이긴 해도 조금 단가가 높은 일거리를 얻어 남의 도움 없이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현재「나자로의 집」장애인들이 하고 있는 단순작업은 국민학교 과학용 물품을 비닐 봉지에 넣고 봉하는 것으로 고작해야 3원, 한 달에 한 사람당 1만~2만 원 정도틀 월급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상근 작업 지도자 3명과 대학생 자원 봉사자 10여명, 그리고 휴학 중인 신학생 1명의 도움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일하는 보람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 아래 온라인으로 통장에 넣어주던 월급을 통장과 함께 각각 직접 전달하고 봉사자 선생님의 인솔하에 은행에 가서 각자 저금하도록 하고 있지요. 효과가 무척 좋습니다』

월급을 저금하고 일정 금액을 찾아오는 일 외에도 화폐 사용법, 공중전화 사용 실습 등 사회생활 익히기, 음악, 미술, 체육 등 단순 작업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이곳은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정신 지체 장애인들의 일터요, 학습장이다.

그러나 40여평의 지하실에는 작업장이며 사무실, 일거리를 쌓아 놓은 창고까지 들어서 20여명의 장애인들이 작업하고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은 한 사람당 1평 남짓하다.

『물론 가난이 어렵긴 합니다만 괜찮습니다. 미움도 시기도 할 줄 모르는 나의 자식들, 어쩌면 우리 정상인들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천사일지도 모릅니다. 그 천사들과 매일매일 함께 웃고 생활하는 이곳이 바로 천국 아니겠습니까?』

노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