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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셉 대축일에 만난 사람] ‘목수 신부’ 남영철 신부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8-03-13 수정일 2018-03-13 발행일 2018-03-18 제 308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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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성당 수리하려 든 망치… 20년 목수의 길 걸었죠”
 

“부족한 손재주지만 머물다 가고 싶은 성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목수 신부’로 불리는 남영철 신부(마산교구 거제 하청본당 주임)는 목공 외에도 페인트, 용접, 전기설비, 배관 등 집을 짓는 모든 일에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다. 목수가 되고 싶어 공부한 것이 아니라 성당 리모델링에 열정을 쏟다 보니 자연스레 습득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95년 마산교구 고성본당에 주임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60년이 넘은 시골 성당이었기에 손 볼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난한 성당에서 업자를 불러 공사를 진행하기란 역부족이었고 결국 남 신부는 두 팔을 걷어붙였다. 기술보다는 자신감 하나로 시작한 일이었다. 고성성당을 시작으로 합천·삼천포·진동·구암·회원성당 등 사목했던 곳마다 크고 작은 공사를 진행했다.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가운데에서도 성당 곳곳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며 신자들은 ‘천사가 와서 도와준다’는 말을 할 정도로 남 신부는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낸다. 남 신부는 “일꾼을 부르면 돈이 들고 신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에는 미안하다”며 “구조를 파악하고 있기에 힘이 아니라 요령으로 할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남영철 신부가 만든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하청본당 신자들. 온열 기능을 넣은 특별한 의자이다.

하청성당 로비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의자가 있다. 남 신부가 고령의 신자들을 위해 온열 기능을 넣어 의자를 만든 것이다. 남 신부는 이런 아이디어는 ‘기도 중 분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는데 기도 중 분심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공사에 관한 생각들이죠. 분심이라고 표현했지만 성모님께서 주시는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이 떠오르곤 하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기도해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공사를 안 하죠. 제 나름의 식별입니다. 제 욕심으로 공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남 신부는 ‘누구든지 머무르다 가고 싶은 성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20여 년 전 망치를 들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남 신부는 목수 이전에 사목자로서 자신의 길을 그저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전했다.

“어떤 사제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목수 신부’가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결코 없었죠.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앞으로도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길을 따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고 싶습니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