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건강하게 삽시다] 17. 권위에 짓눌린 음악도

최수호 <가톨릭의대 외래부 교수>
입력일 2018-03-02 수정일 2018-03-02 발행일 1985-07-14 제 1464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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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비난 이기고 연주회까지 열었으나…

20대 여대생의 이야기이다. 몸이 불편하고 아픈 곳이 많은데 어느 곳이 아픈지 알 수가 없다. 소화도 안되고、가끔 숨을 몰아쉬고、위통증이 있으며、변비가 심하다고 했다. 뼈마디와 근육이 아파 병원에 가면「신경성」이란 말로 신경쓰지 말라는 내과의사의 권고(?)를 여러 번들었다고 한다. 항상 피곤하고 권태감에 자주 빠지며、불규칙적인 수면생활의 연속이란다. 어느 때는 머리도 아프고 가슴이 뛰는 때도 있고、손ㆍ발이 떨릴 때도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5년전 부터 여러번 병원을 방문했으나 효과는 전연 없었다. 이번에도 이 병원에 올까말까 하다가 아무래도「신경성」이 아닌가 싶어 찾았다고 한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상기증상이 간헐적으로 있어왔는데、그당시 음악을 가르치는 담당선생님께서 학생이 너무나 음악공부를 원하니、처음에는 무료로 가르쳐준다고 해놓고 자기언니에게 예상을 넘어선 돈을 요구한데서 충격을 받은후 증상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학생은 음악공부를 하기위해 음대에 진학하기를 원했으나、부모가 반대했기 때문에 제대로 음악공부를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부모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유지(有志)였다. 자식이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 하여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언니가 몰래 도와주곤 했었다.

부모가 음악공부를 반대했지만、자신의 뜻이 음악에 있었기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음악공부를 했고 지금 현재 음대를 다니고 있다. 음악공부를 하기위해 부모동의없이 서울로 전학해서 공부를 계속했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다른 학생들은 교수님에게 지도를 받았던 학생들이었고、그 교수는 다른 학생들을 편애하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였다. 자신의 음악성에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였다.

이 학생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진지한 노력을 인정해주고 권장할만한 교수와 부모로부터 냉대를 받고 있었다.

이 학생은 두번에 걸쳐 자신이 작곡한 곡으로 연주회를 개최한바 있으나 부모는 참석하지도 않았고 부모에게 그 음악을 들려주었으나『작곡하기가 쉬운 모양이지! 네가 다 칭찬을 받게!』하는 식으로 말해 좌절을 당하기도했다. 한편 자신이 작곡할 계획을 교수에게 말하면 다른 것을 해보라고 형편없다는 식으로 거부하는 교수의 태도에서 자신은 이 교수밑에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음을 뼈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자신에 대해 말하는 과정에서 신경증에 걸리지 않을수 없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신체적인 증상들이 자신의 정서적인 감정과 연관돼있음을 깨달으면서 신체증상들이 많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부모나 교수가 자신들의 개인적인 소망과 편파적인 태도때문에 한 인간의 소망이 좌절될 위기에 있었던것이다. 그러나 이 여학생은 이미 부모나 교수에게 의지하거나 기대할 마음을 제거하기 위하여 개인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인정받고 싶고、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수록 좌절과 절망이 계속될 것이란 것을 깨닫고 있었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소망과 소질을 발전시키도록 도와주는 부모와 교수의 태도에서 환멸을 느꼈다.

이 학생을 자기만족의 하나의 도구로 이용하려다 실패한 부모와 교수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해 병이걸린 것이다. 부모와 교수의 부당한 권위와 돈이 한 인생에 상처를 주었다.

최수호 <가톨릭의대 외래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