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여성의 날 특별기고] ‘미투’ 운동, 아픔에 공감하는 계기로

최성욱 신부(부산가톨릭대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1년 사제품을 받고 2011년 미
입력일 2018-02-26 수정일 2018-02-26 발행일 2018-03-04 제 308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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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형제와 자매로 보입니까?

어느 날 랍비가 제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둔 밤이 끝나고 새날이 다시 밝아오는 순간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느냐?” 제자 중의 한 명이 대답했습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동물을 보고 양인지 개인지 구분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요?” 랍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제자가 반문했습니다. “먼 거리에 있는 나무를 보고 무화과나무인지 복숭아나무인지 구분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요?” 랍비는 또 다시 아니라고 했습니다. 제자들이 다시 묻자 랍비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의 표정을 봤을 때, 그들이 형제요 자매로 보일 때다.”

지금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미투’ 운동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형제요 자매로 보지 못한 사건에 대한 회개를 촉구하고, 자신의 아픈 속살도 드러내기를 마다하지 않은 아파하는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입니다. 이웃을 욕망의 대상 혹은 자기 권력을 확인하는 대상으로 삼았던 잘못을 이제 내려놓자는 것입니다. 또한 이 운동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자는 사회운동이기도 합니다. ‘미투’의 움직임이 폭로성 고발이나 자신의 또 다른 정치적 영향력의 통로로 남용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분명 우리 자신 안에 내재하고 있던 타인에 대한 폭력성과 공감하지 못하는 마음이 드러난 현상이며, 건강한 사회로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웃의 아픔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말하지 못하던 고통’을 함께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미투(Me too)’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경우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입니다. 특히 외국에서, 아니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음식을 준비해 주세요”라는 뜻으로 곧잘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조금만 덧붙여 보면, “나도 이 사람과 같은 마음이니, 같은 음식을 준비해 주세요”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저에게는 ‘미투’라는 문구가 “너도 당했니? 나도 당했어!”라는 고발성 발언이라기보다는, “당신의 마음을 공감합니다” “나도 당신과 같은 마음입니다”라고 들려옵니다. “같은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함께 나누는 형제, 자매로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라는 위로의 목소리로 먼저 다가옵니다.

성윤리를 전공한 이유로 ‘그리스도인의 시각에서 본 미투 운동’ 주제의 원고를 부탁받았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사건을 필두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인간의 성에 대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일 것입니다. 저는 이 시간이 ‘의로운 관계’, 혹은 ‘정의로운 관계’의 회복이 진행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성경은 세상의 공정과 정의가 짓밟혔을 때 하느님과 계약이 깨졌음을 알고 예언자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습니다(아모 5,21-24 참조).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 착취당한 자를 압제자의 손에서 구해 주어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거나 학대하지 말고, 이곳에서 무죄한 피를 흘리지 마라”(예레 22,3)고 했습니다. 우리가 이웃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곧 하느님과의 계약을 반영하는 통로이기 때문에 이웃의 아픔을 함께 아파해야 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건강한 사회를 가늠하는 기준이 그 사회가 얼마나 아파하는 이웃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공감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면, 지금 우리는 ‘형제, 자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우리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캐나다 주교회의가 제시했던 가난한 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연대성을 실천하기 위한 단계 중에 우리는 어느 단계에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1)가난한 사람들의 체험에 집중하라 (2)고통이 발생하는 구조를 분석하라 (3)복음에 따라 가치와 우선순위를 판단하라 (4)사회적 발전을 이루기 위한 대안 모델을 상상해 보라 (5)사회를 변혁하기 위해 투쟁하면서 연대성 안에서 실천하라.

최성욱 신부(부산가톨릭대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1년 사제품을 받고 2011년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