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건강하게삽시다] 16. 자신감이 없는 고교생

최수호<가톨기의대 외래부 교수>
입력일 2018-02-25 수정일 2018-02-25 발행일 1985-06-30 제 146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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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이 문제의 뿌리
선만 추구하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고3학생의 이야기이다.

공부를 할려면 머리에 화상입은 험악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나 공부를 할 수 없다.

공부는 하고 싶은데 공부가 안돼서 신경이 곤두선다. 무엇인가 항상 부족한 느낌때문에 보았던 것을 자꾸 반복해서 보아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하였다. 도서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데 실수하지 않으까 두렵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고 호소하였다. 친구와 같이 공부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보았던 것을 자꾸 반복하기 때문에 친구가 그것을 알까 두렵다. 그래서 결국 혼자 공부하게 된다. 혼자 공부하면 나는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고 눈물을 흘렸다. 중학교 일학년 때 화상입은 사람의 사진을 보고 내가 저런 사람이 되면 어떡하나 두려웠고 불량배들을 보고 나는 결코 저런 불량배가 되면 안된다고 결심하였다고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여야 된다고 스스로 다짐하였다고 한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항상 책상ㆍ책을 정돈하는 버릇이 있었고 국민학교 때는 손톱을 뜯어내는 버릇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동안 1등을 계속해왔고、칭찬만 듣고 살았다고 하였다. 미국간 엄마가『착한 것이 최고다』라는 말을 남겼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과 싸운 일도 없고、욕한일도 한번 없었으며、조그마한 잘못이라도 후회되기 일쑤였다고 하였다. 친구가 잘못해도 자기가 양보하였고、혹시는 내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나 죄의식이 자기를 괴롭혔다고 한다. 가족력을 살펴보니 부모님은 본인이 4살때 이혼하였고、국민학교 때 새 엄마가 들어왔다고 했다. 친어머니는 외국으로 이민을 갔고、그 후 할머니와 함께 동생하고 현재까지 같이 살아오고 있다고 하였다. 이 학생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이 학생은 항상 자신이 혼자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부모가 있다 하더라도 의지할 사람들이 못됐고、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의지가 안된다고 하였다.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의지해야되는데、너무나 힘이 약한 것이었다. 공부로 자신을 지탱하고、최고의 선(善)으로 자신을 지킬려는 피나는 노력이 흔들리는데서 오는 불안이 극심하였다. 의식적인 노력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불안해지는 어려움에 봉착해있었다.

둘째、의식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부모에 대한 적대감ㆍ미움이 불안ㆍ강박증세를 유도하고있다. 강박적인 현상은 무의식에서 끓어오르는 적대감에서 오는 불안과 죄책감을 방어하기위한 최후수단으로 작용하는 방편이었다. 셋째는 자기자신을 최고의 선(善)으로만 이끌어가려는 본인의 태도였다.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이 공존하는 가운데 마음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신건강이다. 이 학생은 자기속에서 일어나는 미움과 적대감율 무의식적으로 부정하고、없는 것으로 처리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인간의 마음이 선의 극치로만 치닫는다면 그것은 하느님이 준 인간의 조건에 위배된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선과 악 사이에서 악을 부정하지않고 악(惡)을 선으로 다스리는 힘을 길러가면서 악과 선이 공존할 수 있는 조화로운 마음、악을 받아들여 악을 소화할 수 있는 마음 자세가 필요한듯 하였다.

최수호<가톨기의대 외래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