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건강하게 삽시다] 14. 혼자 고민하는 여대생

최수호 <가톨리의대 외래부 교수>
입력일 2018-02-13 수정일 2018-02-13 발행일 1985-06-02 제 145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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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과민반응이 외딸을 외톨이로
스스로 만든 마음벽을 깨고 나와야
20대 여대생의 이야기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며 잠을 이룰수가 없고 머리가 어느때는 몹씨 아파 못견디겠다고 한다. 얼마전에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던 도중에 한 친구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현장을 목격한 후부터 자신도 쓰러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 여대생은 항상 쓰러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친구들과도 어울리는 것을 회피하게 되었고 머리속에는 악령이 들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고있었다. 이처럼 믿게된 것은 어렸을때 사람이 의식을 잃고 경기하는 것은 악령의 탓이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중ㆍ고등학교 때도 시험때만 되면 불안했었고 성적이 잘못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자주했다고 한다. 성적이 잘못 나오면 부모님한테 미안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부모가 특별히 성적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부담을 준 일은 없는데、학교성적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곤 했다고 한다. 이 여대생은 무남독녀의 외딸로 태어나、어릴때부터 항상 부모님을 잘모셔야 겠다는 생각이 자기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어 왔다. 그래서 자신의 걱정이나 괴로움이 있어도 부모와 상의한 일이 없으며 혼자 고민하다가 스스로 해결해 왔다고 한다. 상의를 하지 않은 이유는 부모님에게 걱정끼쳐 드릴까봐서 미리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고민을 말하면 어머니는 금방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고、밥을 잘먹지 않고、딸이 고민하는 것을 못견디어 한다고 하였다.

이 여대생은 오히려 혼자 고민하고 마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곤 하였으나 그친구가 다른애와 친한것 같은 느낌을 받아 서로 헤어지게 되었다. 그때 몹시 외로움의 고통을 경험하였으며 이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였고、어느 정도는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의지하며 지금까지 견디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성관계나 친구관계에서는 서로 정을 나누고 싶지만、정을 준 후 감당할 수가 없을것 같아 미리 멀리하는 마음이 작용하여 항상 외로운 상태라고 눈물을 흘렸다. 여기서 우리는 몇가지를 생각할수 있을 것이다. 첫째 어머니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 했을때、어머니로서 포근한 태도로 안정을 시키고 보다는 오히려 어머니가 미리 불안해 하는 태도를 보이는 문제이다. 어머니의 불안이 노출됨으로써 이 여학생은 오히려 부담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대화가 차단되는 이유가 된다. 어머니는 하나뿐인 외딸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결국 이 여학생의 불안은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불안이 이 여학생에게 무의식적으로 전파된 결과이다. 둘째는 이 여학생은 이성관계와 친구관계에서 정을 주고 받기를 원하면서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태도이다. 이런 경우 항상 인간관계에서 피곤한 갈등 속에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가장 정을 필요로 하면서도、그반대로 독자적이고、독립적인 외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이율배반적인 마음의 싸움이 문제이다. 이런 갈등은 자기 마음을 열어놓고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하게되면 너무도 쉽고 자연스럽게 풀릴것이다.

스스로 만든 마음의 벽을 빨리 깨도록 하면된다. 서로 인간적인 대화는 바로 그것이 삶자체이다.

최수호 <가톨리의대 외래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