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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지성인 양성’… 학교법인 서강대학교 이사장 박문수 신부에게 듣는다

최유주 기자
입력일 2018-02-06 수정일 2018-02-07 발행일 2018-02-11 제 308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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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본주의로 가톨릭 대학들 연대해야”

인구 절벽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전국 대학의 운영 위기로 이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8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응시 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수능에 지원한 학생은 59만3500여 명이다. 지원자 수가 60만 명에 못 미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대학입학생 수 또한 급격히 줄어들자 전국 대학들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선 지역 거점 9개 국립대는 지난해 7월 통합대학 구축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입시전형과 전형별 선발비율, 평가방식 등을 통일한 공동 입시 도입과 대학 간 자원 공유, 학점 교류 등 통합을 위한 연대에 합의했다.

국·공립대가 본격적으로 연대 행보에 나섬에 따라, 사립대학인 가톨릭계 대학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학교법인 서강대학교 이사장인 박문수 신부(예수회 한국관구)와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가톨릭 대학교가 맞닥뜨린 문제점을 짚어보고 ‘가톨릭 지성인 양성’을 위해 한국교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들어본다.

학교법인 서강대학교 제18대 이사장 박문수 신부는 “시대적 사명으로서 가톨릭 지성인 양성을 위해 가톨릭 대학교 간 연대를 더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톨릭 지성인 양성은 시대적 사명

“가톨릭 지성인 양성은 시대적 사명입니다. 이를 위해 가톨릭 대학교 간 연대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박문수 신부는 앞으로 국·공립대가 연대를 하게 되면 가톨릭 대학교들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박 신부는 가톨릭 대학교들이 뜻을 모아 국·공립대학처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의 경우 학생들은 전공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전공에 따라 서울, 대전, 대구로 옮겨가서 공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대학교들도 서로 연대를 강화한다면 학생들에게 훨씬 많은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박 신부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90년에 발표한 가톨릭 대학교 운영에 관한 교황령 「교회의 심장부」(Ex Corde Ecclesiae)를 인용, 모든 가톨릭 대학교는 하나의 대학교이며, 가톨릭 인본주의 사상을 토대로 시대적 도전에 응답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톨릭 대학교는 지성인 양성을 위해 인본주의와 문화적 발전에 있어서 전문성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박문수 신부는 일반 신자들이 ‘가톨릭 지성인’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신자들 또한 교육은 경쟁이고 교육을 통해 사회 위치가 대부분 결정된다고만 인식해 자녀들이 좋은 학원에 다니고 명문대를 졸업하고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이것을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 생각하고 신앙을 바탕으로 실천할 생각은 하지 않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로, 가톨릭 신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국 가톨릭 신자들은 너도나도 욕야카르타 ‘가톨릭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며, 덕분에 교내 신자 비율은 40%에 달한다. 그만큼 ‘가톨릭 신앙’에 뜻을 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박 신부의 설명이다. 반면 박 신부는 “우리 사회에서는 종교적인 것보다 성적 위주로 대학을 선택하다 보니 이러한 결과를 낳기는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 전인교육 통해 교회와 사회에서 큰 역할

가톨릭 지성인들이 양성된다 하더라도 교회 안에서부터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박 신부는 먼저 성직자 중심의 한국교회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가톨릭 지성인들은 교육을 많이 받았고 사회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더 큰 책임감으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하셨다”면서 “하지만 우리 교회에서는 아직까지 성직자 외에 평신도들이 중요한 책임을 맡는 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히 “평신도 가톨릭 지성인들이 교회 안에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가톨릭 신자들은 어디서나 그들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복음화 활동의 일부라는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도 복음화 되도록 지속적으로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신부는 특히 미래 교육 정책과 사회적 변화를 넘어서기 위해선 전국 가톨릭 대학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가톨릭 대학교육이 무엇인지,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가톨릭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대학교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톨릭 대학교의 운영 가치를 널리 확산하고 학교 간의 탄탄한 협력체계를 이뤄, 가톨릭 대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이 보다 수준 높고 다양한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합니다.”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