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사랑으로 십자가의 길 함께 광야 40년, 예수님 40일 단식 등 사순 시기, 상징적 의미로 ‘40일’ 시대에 맞는 절제와 극기로 희생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四旬) 시기’가 다가왔다. 2월 14일 재(灰)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신앙인들은 이 기간 동안 통회와 보속, 희생으로 예수 부활을 준비한다. ‘사순’의 의의와 유래 및 신앙생활에 대해 알아본다.
■ 재의 수요일 의미는?
재의 수요일이 되면 각 본당에서는 전년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사용했던 성지(聖枝)를 태워 만든 재를 축복하고 이를 신자들 머리 위에 얹거나 이마에 십자 모양으로 바른다. 이때 사제는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창세 3,19) 혹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라고 말하는데, 이처럼 재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하게 하고 참회와 슬픔을 느끼도록 한다. 구약성경에서도 재란 허무와 애통·속죄를 상징한다. 재를 얹는 예식의 기원은 8세기 말 로마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신자들은 교황과 함께 성녀 아나스타시아 성당에 모여 전례를 거행한 후 사순 첫 미사를 드리러 성 사비나 성당으로 행렬해 가면서 ‘옷을 바꾸어 베옷을 입고 잿더미에 파묻혀 단식하며’라는 후렴을 노래했다. 11세기에 독일 라인강 지역교회에서 ‘잿더미’ 표현을 재를 얹는 예식으로 만들었고, 이후 로마 전례에 도입됐다. ■ 단식과 금육 예수 부활을 준비하며 행했던 단식은 역사적으로 2, 3세기경 부활 전 금요일과 토요일에 시도된 것으로 알려진다. 부활 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하루 중 절반 정도만 단식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부활 성야 미사 전까지 온종일 단식했다고 한다. 전승에 따르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도 며칠 동안 부활 전 단식 규정을 지켰다. 이미 유다인이나 이교도들의 종교 예식에서 영향 받은 배경도 있지만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단식하신 것을 모범으로 삼으려는 의미가 컸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동참한다는 뜻이었다. 육식을 금하는 금육의 관습 역시 이미 초세기부터 지켜져 왔다. 금육은 영적인 완화를 위한 고신극기의 의미도 있었는데, ‘은수자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집트의 성 안토니오와 제자들은 육식을 절제하고 빵과 물, 소금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단식과 금육은 1966년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이 교령 「패니테미니(Paenitemini, 회개하여라)」(1966. 2. 17.)를 내면서 현대인들의 생활에 맞게끔 수정됐다. 이에 따르면 단식은 그날 점심 한 끼만 충분하게 하고 아침과 저녁에는 지방 관습에 따라 음식의 양과 질을 조절할 수 있다. 「교회법」 제1251조는 ‘재의 수요일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하시고 죽으신 성금요일에는 금육재와 금식재가 지켜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상 나이는 14세에서 60세까지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는 “이 같은 단식 금육 규정의 완화는 ‘폐지’ 혹은 ‘의미 없음’이 아니라 수난과 죽음, 부활로 이어지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묵상하며 현시대에 맞는 절제와 극기를 통해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