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평화의 올림픽, 평창 올림픽] 신앙과 스포츠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n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1-30 수정일 2018-01-31 발행일 2018-02-04 제 3081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금메달보다 값진 ‘의로움의 화관’을
교회, 스포츠 목적은 서로 이해 안에서 연대하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 “정정당당히 경기 치르는 것 중요”
곧 열리는 평창올림픽, 한반도 평화의 장되길 기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을 비롯해 알파인 스키, 스노보드 등 15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스포츠는 위대한 가치를 가진 인간의 활동이며 인간의 삶을 풍부하게 합니다. 남녀 구분 없이 모든 나라와 민족, 종교인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있죠. 가톨릭교회는 스포츠계에 복음의 기쁨과 모든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포용적이며 조건 없는 사랑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6년 10월 ‘인류에 봉사하는 스포츠’를 주제로 교황청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한 말이다. 특히 교황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에 주목하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느님께 받은 몸으로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는 좋은 기회이자 전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이하 평창올림픽)가 곧 열린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우리는 국민으로서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올림픽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 평창올림픽이 갖는 의미와 스포츠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돌아본다.

■ 하느님 나라의 금메달

“금메달?!”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담긴 메달은 달콤하고 값지다. 하지만 신앙인의 목표는 눈에 보이는 금메달만이 아니다. 교회는 이보다 더 값진 목표가 있다고 강조한다. 성경은 스포츠 선수들을 비롯한 신앙인들이 무엇을 위해 달려야 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사도 바오로는 ‘티모테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서 금메달 보다 값진 목표를 ‘의로움의 화관’이라고 말한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돼 있습니다.”(2티모 4,7-8)

아울러 “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뿐”(1코린 9, 24)이라면서 “썩지 않는 화관을 얻으려고 달려야 한다”(1코린 9,25)고 성적 우선주의를 경계한다.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하늘로 부르시어 주시는 상을 얻기 위해 달려야 한다”(필리 3,14)고도 설명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0년 대희년 10월 29일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픽 경기장에서 스포츠인의 희년 미사를 주례하고, 바오로 사도의 이러한 말씀을 전했다. 당시 교황은 “오늘날 스포츠는 매우 중요해졌다”면서 “청년들은 스포츠를 통해 충성심과 인내, 우정, 나눔과 연대와 같은 중요한 가치를 배운다”고도 말했다.

국가대표 신자 선수들도 태릉선수촌 성 세바스티아노 경당에서 매주 수요일 미사 시작 전에 ‘체육인을 위한 기도’를 봉헌하며, 경기 결과에 따라 자신의 삶을 평가하기보다 하느님께 ‘불멸의 월계관’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한다.

“주님, 인생이라는 경기가 끝날 때 당신께로부터 불멸의 월계관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 여기 이곳에서부터 다투어 사랑을 실천하고 믿음의 길을 달려 희망하던 당신을 뵈옵게 하소서.”

■ 스포츠에 대한 교회 가르침

“인간의 다양한 활동 중 스포츠는 그 자체로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이 밝혀주는 활동으로, 스포츠의 가치는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 안에서 정화되고 승화됩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토리노대교구장 세베리노 폴레토 추기경에게 전한 메시지다. 이어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올림픽이 모두에게 우정의 증표가 되고 민족 간에 이해를 돕는 든든한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상호 이해와 문화, 사회 발전의 두 원동력인 스포츠와 관광’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제25차 세계 관광의 날(2004년) 담화에서 “스포츠 행사들은 그 자체의 고귀한 목적인 상호 공존과 이해, 우정의 이상을 심어 주는 목적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정함’을 가장 중요한 스포츠 정신으로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10월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세계 최초로 열린 ‘신앙과 스포츠 세계 총회’ 연설을 통해 “사람들이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면 스포츠와 인류에게 슬픈 일일 것”이라면서 “일상생활에서처럼 결과를 위해 싸우는 게 중요하지만 정정당당히 경기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류에 봉사하는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총회를 주관한 교황청 문화평의회 의장 잔프랑코 라바시 추기경은 “스포츠는 매우 인간적인 요소이고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양한 민족과 문화, 인종이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에 대한 숭고한 이상을 되찾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경기를 하는 사람도 규칙대로 경기를 하지 않으면 승리의 화관을 얻지 못한다.”(2티모 2,5)

■ 평화 올림픽

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이슈는 평화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코리아(KOREA)’가 구성됐고 개막식에서는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이 공동 입장하기로 했다. 북측은 올림픽 기간 동안 230여 명 규모의 응원단을 파견하는 등 남북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움직이며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스키와 하이킹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스포츠는 우리가 언어와 인종, 문화의 장벽을 깨고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온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남북 평화의 물꼬를 튼 남북 고위급 회담 하루 전날인 1월 8일 “평창올림픽이 전반적인 남북관계 문제를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도 1월 19일 “평창올림픽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면서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평창행 KTX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평창올림픽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 올림픽이 되길 바란다”며 “또한 올림픽이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평창올림픽 개막 한 달 뒤인 3월 9일에는 평창 동계패럴림픽(Paralympics·장애인올림픽)도 열린다.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희망을 만든 이들이다. 이러한 패럴림픽 가치 확산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7대 종단 대표들은 패럴림픽 입장권 구매 행사도 마련한 바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n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