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탈렌트를 받은 사람들] 연극배우 문지영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1-23 수정일 2018-02-06 발행일 2018-01-28 제 3080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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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픈 예술가의 삶이지만 연기 안에서 주님과 만나죠”

다양한 재능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 특별히 신자 문화예술인 중에는 하느님께 선물 받은 탈렌트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을 널리 알리는데 힘쓰는 이들도 많다. 이번 코너에서는 음악, 미술, 영화, 연극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신자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과 신앙 이야기를 나눠본다.

연극배우 문지영씨는 “저에게 기도는 끊임없는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말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보다 소극장의 어두운 조명이 익숙한 연극배우들. 그들 중에서도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를 활용해 문화를 통한 복음을 선포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이들이 많다. 문지영(레지나)씨도 그렇게 삶 안에 연기와 신앙의 이야기를 동시에 써내려가는 연극배우다.

특히 문씨는 매순간의 삶을 하느님과의 대화로 채워간다. 연기 연습을 할 때는 물론 운전 할 때나 걸을 때도 틈만 나면 하느님께 질문하며 전적으로 의지한다. 걱정이 앞설 때도 마찬가지다.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질 뿐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기도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까요. 하느님께서 정말 간절한 기도는 외면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갑자기 상황이 바뀌지는 않지만 제 마음 자세를 바꾸게 해주셨어요. 신기하게도 마음가짐이 바뀌니 오래 걸리거나 힘들 것 같던 일들이 하나 둘 수월하게 넘어갔고요.”

배우 생활을 하다보면 타성에 빠지는 순간들이 있다. 연기력에 대해 불안할 때도 있고 다양한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면서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곧장 성당으로 달려간다.

그가 10여 년 전 처음 서울 성북동성당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 성당에 들어간 그는 납작하게 엎드려 ‘하느님 살려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기도를 끝내곤 바로 본당사무실로 달려가 세례를 받겠다고 했다. 세례명은 당시 본당 수녀님이 ‘연극계의 여왕’이 되라며 추천해줬다. 레지나는 ‘여왕’이라는 뜻이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서울시립예술단(현 서울시립뮤지컬단)에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7년 정도 활동을 한 후 스스로의 가능성을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에 예술단을 박차고 나와 대학로에서 연극배우 생활을 이어갔다.

이 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대학로 생활은 생각보다 불안정했고 불합리한 부분도 많았다. 무엇보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이 없어 생계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 또한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하느님께서 제 교만을 꾸짖으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성탄 시기에는 처음으로 교회 연극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무대에 섰다. 서울가톨릭연극협회가 제작한 이 연극은 그를 다시 한 번 겸손하게 만들었다. 문씨는 “천사 미하일 역을 소화하면서 ‘가장 간절한 기도’를 했다”고 밝히고 “같은 신앙인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하며 신앙을 공유할 수 있어 더없이 감사했다”고 전했다.

문씨는 대학원에선 연극 교육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현재 대학교와 고등학교 등지에서 연극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미래에 교회를 책임질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다”면서 “앞으로 신앙과 연극, 교육이 만나는 접점을 찾아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