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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두 손 모아, 난민에게 희망을] (1) 왜 난민에 주목해야 하나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8-01-23 수정일 2018-01-24 발행일 2018-01-28 제 308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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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국카리타스 공동 난민 돕기 캠페인
공포 속에 하루하루 연명… 작은 정성으로 비극 멈출 수 있다
8500만 명이 전쟁과 박해 피해 떠돌고 빈곤 문제 겪어
태풍과 가뭄 등 이상 기후로 인해 떠난 ‘환경 난민’ 증가
난민들도 존엄한 인간… 후원 통해 실질적 도움 전해야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안됩니다. 그 사람들을 환대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을 환대하는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16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 중)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고향’은 단순히 생활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향은 식구와 함께 삶의 터전을 누리고, 커가는 자식들을 보며 미래의 꿈을 꾸는 곳이다. 하지만 그 꿈이 산산이 깨진 채 고향을 등지고 낯선 곳으로 쫓겨나 비참한 삶을 살아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민, 그들은 박해와 전쟁으로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난민이 급증해 현재는 사상 최대의 난민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시급히 나서야 할 과제다. 반세기 전 비참한 전쟁을 겪은 바 있는 우리 민족에게도, 난민 문제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 한쪽 다리 잃은 난민 아기의 희망 찾기

시리아 내전으로 폐허가 된 고향 하마를 떠나 알레포 동부 지역으로 피난을 와 살고 있는 사마(Sama·여·37)씨는 4년 전 악몽과 같은 순간을 아직 잊지 못한다. 모든 식구가 곤히 잠들어있던 어느 날 새벽, 포탄이 집에 떨어졌다.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 다섯 아이들을 챙겨보았을 때 갓난아이였던 막내 아말(Amal)양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였다.

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아말양의 오른쪽 다리는 이미 손쓰기 늦은 상태였다. 사마씨는 “내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수술비를 구해 딸의 다리를 고쳐주겠다고 울며 약속했었어요”라고 끔찍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결국 아말양은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사마씨 남편은 군인이었기 때문에 사마씨는 거의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길러야만 했다.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아말양을 키우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노력과 고통이 따랐다. 다행히 사연을 들은 시리아 알레포카리타스 측의 도움으로 적십자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의족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다섯 살이 된 아말양은 이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의족에 의지한 몸이지만 동네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고 학교도 갈 수 있게 됐다. 사마씨는 “내 딸이 평생 불구의 몸으로만 살 줄 알았고 너무 힘들었는데 도움을 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제는 큰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며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시리아 난민들이 황급히 피하기 위해 고무보트에 오르고 있다. 내전이 계속되는 시리아 난민들의 주요 탈출구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이다. 위태로운 고무보트를 타고 60만 명 이상이 지중해를 건너고 있지만 수천 명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비극을 맞았다. CNS 자료사진

■ 난민, 왜 끊이지 않나

2016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난민 인구는 8500만 명을 넘어섰다. 유엔난민기구 ‘글로벌 동향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쟁과 박해로 인해 강제 이주당하는 처지에 처한 이들 숫자는 10년 전에 비해 66%나 늘어났다. 사상 최대다. 적어도 4000만 명 이상은 18세 미만의 청소년과 아동들이다. 난민들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으로 건너가 정착해야 해 새로운 빈곤 문제를 겪고 있기도 하다. 고향으로 귀환해 재정착한 난민은 55만 명에 불과하다. 100명 중 99명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난민 약 절반(55%)은 전쟁이나 박해로 인해 생겨나고 있다. 소말리아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분쟁이 종결되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어 난민 발생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시리아, 남수단, 예멘, 부룬디, 우크라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다. 시리아 내전의 경우 시리아 인구 절반인 약 490만 명이 국경을 넘어 난민이 돼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또 내전이 종식된 후에도 국경을 넘어간 난민들이나 국내 실향민을 위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한 경우도 많다. 최근 미얀마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은 미얀마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학살당해 82만 명 이상이 난민으로 전락하는 비극을 맞기도 했다. 전쟁이 아니라 인권을 유린하는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피난을 택하거나 강제로 이주당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자연 재해를 당해 난민이 되는 경우도 있다. 태풍, 홍수, 가뭄 등 이상 기후로 인해 거주지를 이동할 수 밖에 없는 ‘환경 난민’이 계속 증가 추세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해에만 자연 재해로 인해 1920만 명이 환경 난민이 됐다. 이들은 국제사회가 규정하는 난민 범주에 속하지는 않지만 일반 난민이 겪는 것과 같은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지난해 9월 27일 교황이 세계 난민을 돕는 국제카리타스 글로벌 캠페인을 선포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교황은 모든 난민이 환대받고 인도주의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카리타스 제공

■ 신자들이 나서 난민 도와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9월 27일 국제카리타스 캠페인 ‘난민의 여정에 함께 합시다’(Share the Journey)를 선포했다. 교황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나온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여정에 함께 하자고 촉구했다. 국제카리타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제를 ‘시대의 징표’로 받아들여 난민들과 연대하고 국제공동체와 함께 난민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카리타스도 이같은 국제카리타스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신자들의 정성을 모아 난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그들이 삶의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이미 2013년부터는 태국 내 미얀마 난민 아동 등을 위한 교육 지원 사업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2016년 본지와 함께 실시한 시리아 난민 돕기 캠페인에서는 뜻있는 한국교회 신자들의 성금이 줄이어 답지한 바 있다.

난민 지원에 나서고 있는 카리타스 측에서는 난민을 단지 ‘통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엄한 인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난민 문제는 종교와 국경을 떠나 전 인류가 나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고 있는 카리타스 행보에 신앙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한국카리타스 사무총장 추성훈 신부는 “난민들은 단순히 궁핍한 이들이 아니라 인류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의 가족 구성원”이라며 “그들도 주님 사랑을 함께 나누고 희망을 꿈꿔야 할 형제자매임을 깊이 깨달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 공동 캠페인 후원 문의 02-2279-9204 한국카리타스

후원 계좌 1005-701-443328 우리은행,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