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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홍콩 성신연구소장 통혼 추기경 대담

정리 홍콩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1-16 수정일 2018-01-16 발행일 2018-01-21 제 307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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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는 곧 사랑… 중국을 사랑하는 기회 되길”
보편교회와 중국 ‘다리’ 역할 하고자 정보 수집·분석
사제 양성 앞장서면서 중국교회 상황 확인에도 최선
교황청과 중국 정부 모두에 신뢰받는 연구소로 성장
“한국과 중국 서로 대화하고 복음화에 도움되길 기대”

가톨릭신문사는 홍콩교구 성신연구소(소장 통혼 추기경)와 중국 복음화 및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상호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국 관련 최고의 권위를 가진 성신연구소와의 업무협약은 한국교회가 중국의 사목정보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역사적인 업무협약에 이어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이 성신연구소 소장 통혼 추기경을 만나 중국교회와 중국 선교를 위해 한국 및 보편교회가 해야 할 역할 등에 관해 들어봤다.

통혼 추기경은 1980년 성신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임명됐다. 2009년 홍콩교구장좌에 착좌, 2012년 추기경에 서임되면서는 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했지만, 지난해 교구장직에서 은퇴하면서 다시 성신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 일시 : 2018년 1월 11일

■ 장소 : 홍콩교구 성신연구소 소장 집무실

■ 대담 : 장병일 편집국장

통혼 추기경은 이번 협약으로 한국과 중국이 서로 대화하고, 중국 복음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성신연구소는 중국에 관한 세계 최대의 연구소로 알고 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성신연구소 설립 당시부터 연구소를 이끌었고, 교구장직에서 은퇴한 뒤 다시 연구소로 돌아오셨는데요. 이 연구소에 몸을 담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통혼 추기경(이하 통 추기경) : 로마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1970년에 홍콩으로 돌아와 맡은 직분이 바로 홍콩 성신신학대학 교수였어요. 신학생들에게 교의신학을 가르쳤죠. 당시 중국 본토 신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그렇게 10여 년 정도 본토와 홍콩에서 신학생 양성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1979년 덩샤오핑이 중국을 개방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보편교회는 중국과 연락할 끈이 없었고, 중국과 연락을 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죠.

중국 개방 이후 당시 홍콩교구장이신 우쳉충 추기경께서 홍콩교회가 보편교회와 중국교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셨습니다. 보편교회 역시 홍콩과 홍콩교회가 중국교회와 관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홍콩교회가 중국교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길 바라고 있었어요. 이에 우 추기경께서는 성신연구소를 설립하고 중국과 연결끈이 있었던 저를 소장으로 임명하셨죠.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서 당시 중국에 관심을 갖고 있던 선교회 선교사들의 참여가 큰 힘이 됐습니다.

▲장 국장 : 중국교회는 거대한 영토에 산재해 있는 만큼 중국교회에 대한 소식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중국 정부가 종교 활동을 허용한다고는 하지만 교회는 정부와 불편한 관계 속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중국교회를 이해하기 위해 성신연구소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습니까?

-통 추기경 : 우리는 주로 중국에 관한 정보를 수집, 보관,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발행되는 정기간행물을 모으고, 일간지도 분석하죠. 연구소는 계간지 「트라이포드」를 발행하는데, 우리가 분석한 연구 자료를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사제와 수도자 등 교회 인사들의 왕래를 허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심지어 지하교회 성직자들도 외국에 나갈 수 있게 됐어요. 우리는 이 기회를 활용해 홍콩에 오는 중국교회의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중국 정부는 보통 성직자들이 일주일 정도만 외국을 왕래할 수 있도록 허락하기 때문에, 우리는 2~3개월에 한 번씩 일주일짜리 양성프로그램을 마련하죠. 이 세미나에서는 본당 운영 방법을 비롯해 결혼과 가정, 본당 청년 사목 등을 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장 국장 : 성신연구소는 중국교회에 관한 정보 수집과 중국 성직자 양성 외에도 해외의 자선기금과 중국교회의 사회복지기관 등과 연결시켜 도움을 주고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성신연구소의 활동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통 추기경 : 신학교 교수로서 제 역할은 주로 신학생의 양성이었습니다. 물론 100여 차례 중국 본토를 드나들며 중국에 있는 10여 개의 신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했었죠. 연구소 소장으로서 중국교회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도 중국의 신학생 양성에 큰 관심을 갖고 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연구소는 중국에서 오는 성직자와 수도자의 증언을 통해 중국교회의 현재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합니다. 세미나 기간 동안 다양한 논의를 통해 이들은 중국교회 소식을 우리에게 알리고 있죠.

1월 11일 홍콩 성신연구소 소장 집무실에서 통혼 추기경(오른쪽)과 장병일 본지 편집국장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 국장 : 그간 연구소의 활동에 대해 평가해 주신다면?

-통 추기경 : 설립 이후 38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황청의 신뢰를 얻고 있고 많은 곳에서 우리에게 중국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는 등 신뢰받는 연구소로 성장했죠. 특히 본토의 공식교회와 지하교회 모두 우리에게 신뢰를 보이고 있어요. 중국 정부와도 마찰이 없고 정부도 우리의 활동을 인정하고 있지요.

▲장 국장 : 한국의 가톨릭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바라보면서 아시아 복음화를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아시아 복음화 기획의 첫 단추로 성신연구소와 상호 이해 및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는데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성신연구소는 가톨릭신문이 어떠한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계신가요?

-통 추기경 : 가톨릭신문사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맺은 업무협약의 출발점은 교회의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있어요. 특히 중국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서로 논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연구소의 설립 목적은 한국을 비롯해 많은 보편교회 신자들이 중국에 대해 더 잘 알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번 가톨릭신문과의 업무협약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가톨릭신문이 한국 신자들이 중국에 대해 알 수 있는 다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장 국장 : 중국교회에서는 많은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중국 선교를 위해 선교사 파견, 신학생 교육 및 다양한 방식의 교류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선교를 위해서 놓치지 말아야할 부분에 관해 조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통 추기경 : 중국을 선교한다는 것은 중국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중국을 사랑했던 선교사의 모범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예수회 선교사였던 마테오 리치입니다. 1582년 중국에 들어온 마테오 리치는 선교사이지만 선교활동보다는 중국의 언어를 배우고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을 먼저 했습니다. 그래서 쓴 책이 우정에 관한 책 「교우론」인데요. 마테오 리치의 「교우론」 바탕에는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마테오 리치는 중국에서 배울 것을 찾고 자신이 중국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했어요. 우정은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신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벗으로 부르셨죠. 중국교회와 한국교회도 이런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중국과 대화하고, 중국의 복음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는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장 국장 : 추기경께서는 교황청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역설하고, 홍콩교회는 양국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에 자발적으로 나섰는데요. 현재 교황청과 중국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통 추기경 : 제가 홍콩의 추기경이고 대화를 강조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그런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나는 협상 팀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협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요. 다만 양측의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만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교황청이 중국과의 대화를 계속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협상결과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요.

50여 년 전,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저는 로마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저는 공의회가 강조한 대화의 신학을 사랑합니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공의회 문헌을 읽고 이를 따르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장 국장 : 한국교회의 신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은?

-통 추기경 : 한국도 음력설을 아주 성대하게 치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 신자들에게 설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새해를 맞아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한 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또 올해 한국에 큰 행사가 있죠? 2월에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장 국장 : 감사합니다.

정리 홍콩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