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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평화학’ 전공한 활동가 손서정씨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1-09 수정일 2018-01-10 발행일 2018-01-14 제 3078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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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으로만 접근하기보다  평화, 삶과 결합시켜야”

손서정(베아트릭스·45·서울 후암동본당) 평화활동가는 국내에서는 ‘평화학’(Paxology, Peace Studies)을 전공하고 실무에 적용시키고 있는 보기 드문 인물이다. 평화학 전공자로서 그는 한반도야말로 평화학이 가장 필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평화학은 정치, 경제, 사회, 역사, 인권 등 모든 이슈와 다양한 학문 분야를 망라합니다. 현상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특정 시야에 매몰되지 않는 포용력을 필요로 하는 학문이 평화학이라는 면에서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기 위해 평화학의 국내 저변이 넓어져야 합니다.” 남북이 70년 넘게 분단된 채 대립하고 있고 남한 내부에서도 지역 간, 이념 간 ‘남남 갈등’이 심각한 현실은 평화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손 활동가는 2014~2015년 아일랜드 더블린 소재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에서 국제평화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교회와 시민단체 통일, 대북 지원 분야 등에서 열성적으로 일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인턴으로도 근무하며 일선에서 뛴 적도 있다.

노르웨이 출신 요한 갈퉁 박사가 1960년대에 창시한 평화학은 유럽에서 시작돼 현재 서구 400개가 넘는 대학에서 강의를 개설하고 있지만 국내 대학에서는 학위과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연구소, 시민단체 등이 평화학을 활용해 청소년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평화교육을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손 활동가가 국내에서는 용어조차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평화학 연구에 뛰어든 것은 기도와 우연의 결합에 따른 결과였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며 정말 열심히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와 원리에 대해 알고자 노력했고 그 마음이 더욱 강해지던 중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모집 공고를 보고 덜컥 지원했습니다. 영국의 교육자이자 성직자였던 존 헨리 뉴먼(John Henry Newman·1801~1890) 추기경이 쓴 「대학의 이념」이라는 저서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국제평화학’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되자마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손 활동가는 평화학은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 결합될 때에만 가치 있는 학문이라고 규정했다.

“평화학을 학문으로만 연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만났던 평화학 교수들은 평화학의 가르침을 삶 안에 포용력 있게 결합시키는 자세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습니다. 아일랜드에 장구한 세월 동안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추구하는 국민적 전통도 평화학이 삶 속에 투영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