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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주간 특집] 가톨릭-개신교 신학교간 교류 나누는 조영대 신부와 김동선 목사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8-01-09 수정일 2018-01-09 발행일 2018-01-14 제 307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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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성공회 성직자 초청 특강 마련
-간혹 가톨릭과 교류 마뜩잖아 하지만 만날수록 이해 커져, 교회답기 위해선 먼저 하나가 돼야
16년째 개신교 신학생에게 교리 특강
-‘마리아 교회’란 오해부터 풀어, 일치 막는 장애는 교리적 차이 아닌 심리적 이유 커

일치의 시작은 만남과 대화다.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는 오해와 편견을 깨고 형제애에 바탕을 둔 이해로 이어진다. 그런 만남을 위해 가톨릭 신부가 목사 안수를 앞둔 개신교 신학생들을 성당으로 초대해 특강을 한다. 가톨릭과 개신교, 서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리는 귀한 자리다. 16년째 그러한 자리를 만드는 이들, 조영대 신부와 김동선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을 맞아 조 신부와 김 목사로부터 교회일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신부가 개신교 신학생 위해 특강

광주대교구 조영대 신부(용봉동본당 주임)는 해마다 한 차례씩 호남신학대학교의 개신교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다. 처음 시작한 때가 2003년이니, 벌써 16년째다. 이러한 교류는 오랫동안 교회일치운동에 헌신해온 김동선 목사(호남신학대 선교신학 교수)의 초대로 시작됐다.

목사 안수를 앞둔 개신교의 미래 성직자들은 가톨릭교회 성직자가 설명하는 가톨릭 교리를 듣고 “많은 오해가 있었다”라고 말한다. 조 신부는 처음에는 호남신학대를 방문해 특강을 했지만 지금은 개신교 신학생들을 광주대교구 내 본당으로 초청해 강의하고 대화를 나눈다. 평균 120~150명 정도의 개신교 신학생들이 해마다 10월에 실시하는 특강에 참여한다.

“특강에서는 주로 개신교 신자들이 가톨릭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 즉 마리아 교회라는 편견과 사제에게 하는 고해의 의미, 가톨릭 전례의 핵심인 미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설명해줍니다.”

강의 후 개신교 신학생들은 제단 등 성당 곳곳을 둘러보면서 제의를 착용해보고 가톨릭의 성사와 미사 전례를 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조 신부는 “2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의 벽을 허물기에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이 특강은 많은 개신교 신학생들에게 가톨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풀고 깨는 자리가 되어 왔다”며 “참가한 개신교 신학생들 대부분이 교회일치를 위한 노력은 그리스도인의 소명임을 느끼고 상대방을 알아간다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대 신부(오른쪽)와 김동선 목사가 1월 4일 광주 용봉동성당에서 교회일치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 신부는 2003년부터 호남신학대학교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가톨릭교회와 교리에 대한 특강을 해왔다.

■ 일치를 위한 체험과 만남

김동선 목사는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기독교사회윤리와 선교학을 전공한 뒤 돌아와 1994년부터 호남신학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특히 김 목사는 신앙을 제대로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교회일치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 1996년부터 자신의 강의 시간을 활용해 가톨릭과 성공회, 정교회 성직자들을 초청해 특강을 마련했다.

조 신부와 김 목사는 2000년 1월, 조 신부가 주임으로 있던 광주 북동성당에서 열린 그리스도인 일치 포럼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김 목사는 이 자리에서 개신교의 일치운동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교회가 교회답기 위해서는 먼저 일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신부는 포럼 뒤 한 달 만에 유학을 떠나 이탈리아 로마 성안셀모대학에서 성사신학을 공부했다.

“성사신학을 배우는데 모든 강의가 에큐메니칼(Ecumenical, 교회일치)의 시각으로 구성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의뿐만 아니라 실습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교회일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체험했습니다.”

조 신부는 2003년 8월 로마에서 돌아온 뒤 곧바로 호남신학대 특강을 하게 된 것도 “하느님의 섭리”라고 말한다. 그는 1992~1995년 광주대교구 해남본당 주임을 맡고 있을 때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개신교 신자들과 적극 소통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해남 방폐장(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선정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 종교계가 반핵 운동을 위해 활발하게 연대했습니다. 공동선을 위한 노력에는 교리적 논쟁이나 편견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지요.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현장에서는, 서로 존중하며 경직된 자기만의 틀을 넘어선 연대와 일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 신학교간 교류

호남신학대학교와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는 조 신부와 김 목사의 개별적인 교류와 교분 외에 신학교간 교류도 이어지고 있다. 두 학교의 교수진들의 협의와 합의를 통해 해마다 교류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일부지만 개신교계에서는 가톨릭교회와의 교류를 마뜩잖아 하는 분들도 계셨다”면서 “하지만 호남신학대는 누구보다 열린 자세로 교류에 임했고, 이 교류가 깊어지면서 오해와 편견도 많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두 학교의 교류는 1995년 광주가톨릭대 측에서 호남신학대 교수와 학생 대표 60여 명을 초청하면서 시작됐다. 체육대회와 공동기도 등으로 진행한 이날 행사 이후 두 학교는 다양한 형식으로 교류를 지속했다. 특히 개신교와 가톨릭교회 신학자와 사목자들이 직접 교환 강의를 하면서 만남과 대화의 깊이가 더해졌다.

조 신부는 “교리적 차이가 아니라 오히려 심리적 이유가 더 큰 일치의 장애”라면서 “만남과 대화는 이러한 심리적인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신부는 “곧 성직자가 되어 교회 일을 꾸려 나갈 신학생들이 상대방을 직접 몸과 마음으로 만날 때 일치운동의 미래는 밝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개신교 신학교에서의 교회사 과목에서는 대체로 고대와 중세, 종교개혁까지만 다뤄 가톨릭교회는 부패한 중세 교회와 동일시되곤 한다”며 “가톨릭 신학과 일치운동의 필요성과 일치를 위한 노력들도 교육 내용 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전히 많은 과제

한국 교회들은 과연 일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을까? 조 신부와 김 목사는 한국의 교회일치운동이 성과가 없지 않으나 여전히 미흡하고 아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목사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가톨릭과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인들은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상시적으로 만났다”면서 “그 생생한 체험들이 지금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조 신부는 “지금 우리 사회 역시 빈부 격차 문제, 인권과 정의, 생태 환경과 생명 운동 등 긴급한 과제들을 안고 있다”면서 “공동선을 위한 현장에서 각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또 다시 만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두 성직자는 교회 분열의 역사가 긴 만큼, 일치를 향한 여정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회 상층부의 일치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 그리고 풀뿌리 신자 층으로부터의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이 동시에 요구된다고도 강조한다.

■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여정

김 목사는 “‘교회의 하나 됨’과 ‘교회의 교회됨’은 분리되지 않는다”며 “굳이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교회가 교회답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교회답기 위해서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일치해서 세상이 더 살기 좋게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일치는 교회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교회일치운동은 세상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드러내는 선교적인 모습이어야 합니다.”

조 신부는 “그리스도교 일치는 모자이크처럼, 자기 모습을 잃지 않은 각각의 조각들이 모여 세상의 복음화라는 큰 그림을 만드는 것”이라며 “다양성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 참된 일치”라고 말했다.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노력, 세상의 복음화를 위한 노력, 그 한 가운데에 바로 교회일치의 소명이 자리 잡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