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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중 시기’ 의미

최유주 기자
입력일 2018-01-09 수정일 2018-01-15 발행일 2018-01-14 제 3078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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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신비 다양하게 경축
예수님 공생활 묵상하며 신앙인으로서 성장하는 때
사제, 녹색제의 입고 미사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 시기를 보내고 연중 시기를 맞이했다.

2018년에는 대림 시기 전까지 34주간을 연중 시기로 보내게 된다. 신앙인으로서 다소 해이해질 수도 있는 ‘연중시기’. 어떻게 하면 뜻깊게 보낼 수 있을까.

교회 전례력은 대림, 성탄, 사순, 부활, 연중 시기들과 여러 축일들로 구성돼 있다. 연중에 해당하는 시기는 ‘주님 세례 축일’ 후 월요일부터 ‘재의 수요일’ 전 화요일까지의 기간과 ‘성령 강림 대축일’ 후 월요일부터 대림 시기 전 토요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이 시기엔 구심점을 이루는 어느 특별한 주제 없이 그리스도 구원의 신비를 다양한 면에서 경축한다. 복음에서도 예수님의 세례로부터 시작해 인간의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전교 활동과 복음 선포, 기적 행위, 진리에 대한 가르침, 신앙의 성장을 위한 교훈, 교회가 성장하는 모습을 제시한다. 연중 시기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끝을 맺는다.

교회 가르침에 따르면, 연중 시기의 주일과 평일 전례의 성격은 미사양식 가운데 특별히 독서에서 잘 드러난다. 부활, 성탄, 사순, 대림 시기에는 그 시기의 주제와 조화를 이루도록 독서 내용을 선택하는 반면, 연중 시기에는 사목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독서 중에 성경의 주요한 부분들을 연속적으로 봉독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중 시기 동안 사제는 생명과 희열, 희망을 상징하는 녹색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한다.

교회 안에서 전례주년의 ‘시간’은 일반적인 시간과 의미가 다르다. 그리스도 구원의 위대한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우리의 ‘오늘’이 존재할 수 있는 것도 그리스도의 구원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것 같은 시기를 지내다보면, 인간적 관점에서 그 의미를 새기기가 쉽지 않다. 특히 연중 시기는 다른 시기보다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신비를 여러 측면에서 지내는 것은 신비를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재림 때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다. 또한 연중 시기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본을 살아내는 시기인 만큼 더 소중한 시기이기도 하다. 교회의 가장 많은 축일을 지내게 된다는 점에서도 평범하지만 더욱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시기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는 이러한 연중 시기에 대해 “특별한 사건이 있진 않지만 평범함 속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예수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신부는 “연중 시기는 예수님과 공생활을 함께 지내는 시기인 만큼 공생활 중에 말씀과 삶이 일치하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례력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