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복자 기리기 위해 1969년 완공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커다란 종탑의 푸른 기와 위로 십자가가 보인다. 수원대리구 서둔동본당의 옛 성당이다.
성당을 신축하면 보통 옛 성당을 허물기 마련이지만, 서둔동본당은 옛 성당의 자취를 그대로 남겼다. 새 성당이 바로 옆에 있지만 18m에 달하는 종탑의 웅장함에 오히려 옛 성당의 모습이 더욱 돋보이는 듯하다. 화려하고 대단한 건축물도 아니고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유적도 아니다. 하지만 본당은 옛 성당을 기념비적으로 남겨놓았다. 이 성당이 순교복자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기 때문이다. 1965년 주교회의는 병인박해 100주년(1966년)을 맞아, 전국적인 순교자 현양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가장 큰 사업이 전국 각 교구마다 병인박해 순교복자를 기념하는 성당을 건립하는 것이었다. 교구 역시 1965년 6월 15일 열린 사제회의를 통해 순교복자 기념성당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사실 교구는 1963년 설정 당시부터 순교신심을 교구의 신앙유산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취임 당시 사목지침을 통해 교구를 “치명자들이 왕래하며 박해의 쓰라린 고통을 겪은” 곳이자 “치명복자 안드레아 김 신부의 거룩한 유해가 묻혔던 유서깊은 곳”이라고 언급했다. 이후에도 1964년부터 교구 순교자현양행사를 실시하는 등 순교자 현양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