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로 백성을 ‘암’이라 한다. 고대 셈어에서 암은 본디 아버지의 형제들(patruus), 곧 ‘친삼촌’을 의미하는 말이었는데(외삼촌을 의미하는 말은 따로 있었다) 나중에 ‘친척’, ‘부족’ 등으로 발전하다가, 결국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가리키게 되었다. 가부장제가 당연하던 고대 사회였으니 ‘부계혈족’만을 의미하는 말이 백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진화했다는 것이 이해된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피붙이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모두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혈족 공동체이기도 하면서, 믿음을 나누는 신앙 공동체이기도 했다. 일찍이 창세기 시대에도 피붙이가 아니더라도 할례를 받으면 ‘하나의 암’(한 겨레)이 될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창세 34,22)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암(하느님 백성)은 운명 공동체였다. 하느님은 당신의 암(당신 백성)에게 다양한 체험을 함께 겪게 하셨으며,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신앙은 깊어져 갔다. 그들은 신앙으로 말미암아 한 아기의 탄생을 고대하게 되었다. 우리는 성탄 대축일 밤 미사의 1독서에서 그 아기로 인해서 구원과 경륜의 새 세대가 펼쳐지길 간절히 염원하는 이스라엘 신앙 공동체의 마음을 확인한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이사 9,5)
■ 세세대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