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예수처럼 부처처럼 - 성경과 무문관의 우연한 만남」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7-12-05 수정일 2017-12-05 발행일 2017-12-10 제 307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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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 신부 지음/376쪽/1만8000원/성바오로
두 종교 ‘말씀’ 비교하며 깨달음 얻다
‘예수처럼, 부처처럼’이라는 제목만 들으면 어쩐지 어색하고 공통점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의구심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왜 예수와 부처를 함께 묶었는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영석 신부(예수회)는 16년 전 불교 철학 석사 논문을 준비하며 고승들의 어록들을 편집한 「경덕전등록」, 「벽암록」, 「무문관」으로 마음공부를 시작했다고 책머리에서 밝힌다. 이 신부는 글을 읽으면서 그 느낌과 깨우침을 일기 형식으로 조금씩 기록했다고 한다. 이렇게 기록한 글이 어느 새 적잖은 분량이 됐고 그 가운데 「무문관」 부분을 다듬어 책으로 펴냈다. 책은 1장 ‘주님을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시나요?, 무(無)’, 2장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도…, 뺨을 맞으면 손뼉 치며 웃어라’ 등 총 48장으로 성경과 「무문관」의 내용을 번갈아 실었다.

저자는 책에서 “「무문관」에 펼쳐진 침묵의 지혜가 성경 말씀에 한 줄기 신선한 빛을, 성경에 표현된 사랑의 말씀이 「무문관」의 48가지 공안에 생명의 물을 조금이나마 제공한다면 얼마나 흥미로운 일이 될까”라며 다른 신앙을 지닌 사람들을 이어 주는 것은 교리가 아니라 종교 체험이라고 밝혔다.

「예수처럼 부처처럼」은 성경 구절에 나온 말씀을 인용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마태 5,44)는 구절을 들며, 원수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를 위한 기도가 마침내 스스로를 성찰의 과정에 이르게 한다고 말한다. 이어 제자 황벽 스님이 스승 백장 스님의 뺨을 때린 일화를 들려준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설명하며 내 뺨을 때린 사람으로 스스로를 비춰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마음가짐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할 수 있게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두 종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절한 일화로 공통점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지혜로운 ‘삶의 태도’를 찾도록 돕는다.

책은 삶을 살며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주제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성경 구절도 곱씹어 보고 「무문관」에 나오는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종교이지만 ‘종교생활’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종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돼 줄 것이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