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방한한 파키스탄 라호르대교구장 세바스찬 프란시스 쇼 대주교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12-05 수정일 2017-12-05 발행일 2017-12-10 제 307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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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극단주의로 고통받는 신자들 위해 기도를”

방한한 파키스탄 세바스찬 프란시스 쇼 대주교는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파키스탄의 가톨릭 신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1.5%에 지나지 않지만, 신앙적으로는 아주 강합니다. 우리는 수백 년 동안 이슬람인들과 함께 살며 복음과 그리스도의 계명을 전해왔죠.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의 테러로 우리 교회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파키스탄 라호르대교구장 세바스찬 프란시스 쇼(Sebastian Francis Shaw) 대주교가 11월 29일~12월 5일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교회 박해의 현장이었던 서울 절두산순교성지에서 만난 쇼 대주교는 파키스탄에서는 악법인 신성모독죄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테러로 그리스도인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쇼 대주교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수백 년 동안 하나의 민족으로서 이슬람 신자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왔지만, 1980년대 파키스탄 정부가 이슬람율법(샤리아법)을 도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샤리아법에는 신성모독죄가 있는데, 이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예언자 모함마드를 비난하는 말을 하게 되면 바로 사형을 당하게 된다. 또 코란을 비판하면 무기징역을 살게 된다.

쇼 대주교는 신성모독죄가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2014년 11월, 그리스도인 쉐흐자드 마시와 샤마 비비 부부가 코란을 불태웠다는 혐의를 받고 살해됐다. 이 부부는 ‘코란을 불태웠다’는 거짓 고발을 당했고, 이슬람인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벽돌을 굽는 가마에 던져져 목숨을 잃었다. 이후 그리스도인들의 항의로 사법부는 이 사건을 조사했고, “가난하고 문맹인 그리스도인 부부의 집에서 코란이 나올 이유가 없다”면서 무죄를 선언했다.

쇼 대주교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면서 “신성모독죄의 폐해는 사람들이 이 법을 악용해 스스로 고발을 하고 스스로 재판을 해 처형까지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쇼 대주교는 “교회뿐만 아니라 병원과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종교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테러공격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이슬람 극단주의로 그리스도인들이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쇼 대주교는 “지금은 바로 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면서 “대화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키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쇼 대주교는 “이제 파키스탄 교회만이 아닌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면서 “대림을 맞아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고통 받는 교회를 돕고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등 함께 노력한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가져온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