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 손애경 수녀

손애경 수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센터장)
입력일 2017-12-05 수정일 2017-12-05 발행일 2017-12-10 제 307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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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지난 3일 대림 제1주를 시작으로 새로운 한 해를 열었다. 대림 시기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우리 각자의 성전을 거룩하게 준비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맞물려 지금 교회와 세상은 낙태법 폐지와 그 반대를 위한 논쟁으로 꽤나 소란스럽다.

이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낙태법 폐지 논란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교리는 ‘살인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3)는 계명과 ‘죄 없는 이와 의로운 이를 죽여서는 안 된다’(탈출 23,7)는 하느님의 법은 언제나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살아 움직이는 법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나아가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은 ‘고의적이고 직접적인 살인’을 중대한 죄로 금할 뿐 아니라 ‘살인자와 살인에 일부러 협력하는 자는 하늘을 향해 복수를 부르짖게 하는 죄를’ 범하는 자와 다르지 않다고 외친다. 모든 인간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새로운 한 사람의 생명으로 보호되어야 하고, 그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믿음이며, 우리 교회가 양보할 수 없는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그러나 이렇게 명확한 교회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특히 그리스도인들조차도 갈등하고 있다.

낙태죄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1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51.9%,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36.2%, ‘잘 모름’은 11.9%로 집계됐다. 성별로 여성(낙태죄 폐지 59.9%, 유지 30.1%)은 낙태죄 폐지 응답이 절반을 넘는 다수였다.

“현장에서 만난 임신중절을 한 여성 중 그 누구도 생명의 존귀를 몰라서 낙태를 한 이는 없었다. 당연히 임신중절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임신중절을 거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낙태죄다. 낙태가 죄가 돼서 여성을 처벌하는 게 맞느냐의 문제다. 낙태죄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이 있다. 성교육이라든가 의료적 부작용 등이다. 특히 낙태 수술이 음성화돼 있기 때문에 여성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한 활동가의 말이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의 첨예한 대립이긴 하나 이중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는 국가이다. 무고하고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약한 생명, 소외된 생명에 대한 관심과 보호 그리고 존중은 국가가 온 힘을 다해 추구하고 실현해야 할 공동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태죄에 대한 변화를 갖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와 남성의 책무를 좀 더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회 또한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직면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함께 제시하고 어느 누구의 생명도 소중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지금 교회는 낙태법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 인 서명과 함께 기도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삶과 의식 속에 만연되어 있는 ‘죽음의 문화’ 속에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뜻을 찾을 수 있도록 이 기도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겠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이 대림 시기 성모님께서 ‘주님의 종’으로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인간적 두려움을 넘어 응답하셨던 그 항구하고 굳건한 믿음이 우리들의 마음에 탄생하기를 어느 때보다 더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손애경 수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