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혼을 여는 문 '이콘'] 성모영보

장긍선 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rn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입력일 2017-12-05 수정일 2017-12-06 발행일 2017-12-10 제 307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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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영보’. 14세기, 마케도니아 오흐리드.

‘성모영보’ 이콘은 루카 복음 1장 26절부터 38절까지의 내용을 묘사한 것으로, 가브리엘 대천사가 성모님께 아기 예수의 수태를 알려주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다.

이 이콘의 초기 형태는 성모 마리아와 가브리엘 대천사가 마주 서서 바라보며 손을 들어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가브리엘 대천사는 말씀의 전령임을 나타내기 위해 권위, 권한을 상징하는 막대기를 들고 있다.

마리아의 손이 대천사 쪽을 향하고 있는 경우는 마치 천사에게 루카 복음에서와 같이 놀라 반문하는 듯이 보이고 이것은 또한 마리아의 초연함도 함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마리아의 손이 가슴에 모아져 있으면 그것은 받아들임과 순명을 의미한다.

대천사의 동작을 더 살펴보면 한 날개는 접고 다른 한 날개는 펼친 채 마치 옥좌에 앉아있는 마리아에게 달려가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이콘의 또 다른 형태를 보면,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들으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성모님의 가슴에 작은 아기 예수님을 그려 넣어 이미 성모님의 자궁 안에 들어와 계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성모영보의 이콘 내용은 신약의 루카 복음서와 신약 위경인 야고보 복음서에 나오고 있는데 특히 위경 야고보 복음서에는 천사의 출현이 두 개의 상황으로 나뉘어 표현돼 있다.

대천사가 처음에는 마리아가 물을 길으러 우물가에 갔을 때 나타났고, 두 번째는 마리아가 성전에 봉헌하는 붉은색 휘장을 짜고 있을 때 그녀의 집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 휘장은 마리아의 자궁 속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훗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실 때도 성전의 휘장이 찢어졌다는 내용이 그분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준다.

따라서 동방교회에서는 이 두 번의 천사 발현을 모두 기념해서 오늘날도 나자렛의 성모영보 대성당이 있는 언덕 아래 옛 우물터에 또 한 번의 천사의 발현을 기념하는 작은 성당을 하나 더 짓고 그곳도 순례하며 기도하고 있다.

우리가 성모영보 축일로 기념하는 3월 25일은 예수탄생일로 기념하는 12월 25일로부터 정확히 9개월 전이다. 이 축일은 춘분과도 일치한다.

장긍선 신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rn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