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포항 지진 - 교회시설 피해와 복구 상황

방준식 bjs@catimes.krrn박원희 petersco@catimes.krrn신동헌
입력일 2017-11-21 수정일 2017-11-21 발행일 2017-11-26 제 307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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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상 쓰러지고 종탑 갈라지고 교회 시설도 큰 상처
포항 들꽃마을·민들레공동체 등 복지시설 피해 심각
벽돌 무너지고 내부 균열 심해 붕괴 우려 있는 곳도
진앙지 가까운 흥해·장성·장량본당도 큰 피해 입어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20일 현장 방문해 위로
성금·자원봉사 등 곳곳서 피해 복구 도움의 손길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 규모로 경북 포항 지역을 강타한 지진은 포항 지역 본당과 신자들, 대구대교구 운영 사회복지시설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피해를 입은 교회시설에는 신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복구와 지원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진 피해 현장은 처참하다. 피해가 큰 곳은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순간에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본당 신자들과 시설 생활인들의 불안감도 높았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11월 20일 지진 피해를 입은 본당과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피해와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자와 생활인들을 위로했다. 이에 앞서 11월 16일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교구장 대리 원유술 신부도 지진 직후 피해 현장을 찾아 대책을 논의했다.

20년 넘게 차상위계층 등 서민들을 위한 복지시설로 운영돼온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 들꽃마을’(시설장 최영배 신부) 피해는 심각하다. 11월 16일 취재진이 찾은 3층짜리 본관 건물 1층 내부 곳곳은 지진 충격으로 인해 내벽 구조가 심하게 짓눌렸고 2~3층도 균열이 심해 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흙담으로 지어진 사제관 건물도 내부가 크게 파손돼 철거해야 할 형편이다. 대대적인 보강 공사가 필요해 앞으로 복구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11월 17일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의 지원을 받아 본관 건물에서 미처 꺼내지 못했던 집기들을 수거할 수 있었고, 11월 20일 행정안전부 직원 80여 명으로 구성된 ‘행복드림 봉사단’이 현장에 파견돼 복구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교구장 대리 원유술 신부(왼쪽)가 11월 16일 포항 들꽃마을 민들레공동체 피해 현장을 찾아 전광진 신부로부터 피해 상황을 전해듣고 있다.

60명에 달하는 생활인들은 지진 당시 직원들의 도움으로 시설 내 ‘피정의 집’으로 긴급 대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간이 협소해 방 1개 당 최소 6~7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고 식사를 마련할 주방시설마저 부족해 야외에 임시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영배 신부는 “생활인들이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며 “다만 시설 복구가 빨리 이뤄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라 생활인들의 불편이 계속될 것 같아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체·지적장애인 36명이 생활하던 포항시 북구 청하면 ‘들꽃마을 민들레공동체’(원장 전광진 신부)도 생활인 건물 지하 보일러실 외벽이 무너지고 수도관과 전기시설이 파손됐다. 생활인 숙소도 곳곳에 물품이 넘어지고 외부 벽에 큰 균열이 생기는 등 피해를 입었다. 지진이 나자 이동이 불편한 생활인들은 직원들에게 업혀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비교적 안전한 옆 건물로 피신해 있는 동안에도 수차례 이어진 여진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했다.

민들레공동체 측은 지하 보일러실 외벽과 전기시설은 계속 복구하고 있고 벽에 생겨난 균열 등도 정밀 안전 진단을 받아 보수할 예정이다.

전광진 신부는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에 지진 대피 교육을 실시했던 것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됐다”며 “다만 생활인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어서, 여진이 계속되거나 또다른 큰 지진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들꽃마을 민들레공동체 복구 현장에 투입된 봉사자들이 지하 보일러실 외벽 잔해를 실어나르고 있다.

지진으로 인해 하단부에 큰 균열이 생긴 포항 장량본당 종탑. 꼭대기의 십자가도 옆으로 구부러졌다.

행정안전부 직원들로 구성된 ‘행복드림 봉사단’이 11월 20일 오후 포항 들꽃마을 피해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집기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넘어져 깨진 흥해성당 성수대. 진앙지 인근에 있는 흥해성당은 성전 바닥 일부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신자 이재민도 대거 발생했다. 지진 진앙지와 가까운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본당(주임 이기환 신부) 신자 30여 명(총 15가구)은 주택 붕괴 위험으로 인해 흥해실내체육관 등 대피소 3곳에서 장기간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잇따르는 여진 때문에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포항시 북구 장성동 장성본당(주임 손무진 신부)은 성전 내 성모상이 쓰러지고 유리창이 파손됐으며 계단과 공영주차장 등 곳곳에 균열이 생기는 피해를 입었다. 본당에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을 경험한 이후라 공포심은 극대화된 상태였다. 그러나 신자들이 침착하게 대처하고 피해 상황을 점검하며 함께 힘을 합쳐 지진의 공포를 극복하고 있다. 지진 발생 직후 신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성당으로 달려가 쓰러진 성모상을 바로 세우고 파손 부위를 점검했다.

특히 이들은 성당으로 급하게 피신 온 지역주민들을 위해 식사를 마련하고 서로 위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신자들은 벽이 갈라진 부위가 여진으로 인해 추가 피해가 없는지 확인하고, 유리 잔해를 치우는 등 복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장성본당 측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건물 전체에 대한 정밀 진단 후 본격적인 복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손무진 신부는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심적인 충격을 받은 분들이 많다”며 “신자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성당 강당을 개방하고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 장성동 장량본당(주임 나경일 신부)도 성전 내 벽돌이 무너지고 종탑 하단부에 큰 금이 갔으며 종탑 십자가가 기울어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본당 측은 붕괴 위험 때문에 성전 내부에 남아있는 벽돌 철거하고 종탑은 보강 수리하기로 했다. 성당 교육관을 임시 성전으로 사용하며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장량본당 문태근(필립보·45) 사회복지위원장은 “신자들이 힘을 합쳐 지은 성당 곳곳이 지진으로 피해 입은 상황이어서 마음이 더 아프다”며 “여진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황폐해진 이들 교회시설에 성금과 자원봉사 등 따뜻한 지원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포항성모병원(원장 이종녀 수녀)은 대구대교구 4대리구에 지진 피해 복구 성금 2000만 원을 지원하고 포항 들꽃마을에는 간호팀을 파견해 생활인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으며, 들꽃마을 민들레공동체에 의약품을 지원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들꽃마을 민들레공동체에 긴급구호금 100만 원을 지원했다. 대구대교구 4대리구가 전개하고 있는 지진 재난 구호를 위한 성금 모금 운동과 교구가 26일 실시하는 2차 헌금에도 평신도 등 적극적인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공동대표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11월 20일 위로서한을 통해 “포항 지역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종단 신자들이 협력해주기를 바란다”며 “어려운 때 일수록 내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자”고 호소했다.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 지진 재난 구호 성금 계좌※

새마을금고 5246-09-003289-2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방준식 bjs@catimes.krrn박원희 petersco@catimes.krrn신동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