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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 (하) 특별대담·이모저모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7-11-14 수정일 2017-11-15 발행일 2017-11-19 제 307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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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아닌 대화로… 참 평화·정의 해법 찾아야”
본회의 후 후속 프로그램 다채 
중남미 성직자들 ‘평화’ 의미 전달서울 본당들 찾아 신자와 소통
‘민족 화해·일치’ 위한 미사도 참례
특별대담 통해 중남미 경험 공유 평화 위한 기도·지속 대화 강조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가 주최한 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 본회의 후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기 위한 후속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 특별대담 ‘함께 평화를 꿈꾸다’

11월 6일 서울 명동 파밀리아채플에서 ‘함께 평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열린 특별대담에는,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대교구 보좌주교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Gregorio Rosa Chavez) 추기경과 멕시코 모렐리아대교구장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Carlos Garfias Merlos) 대주교, 브라질 상파울루대교구장 오질루 빼드루 쉐레(Odilo Pedro Scherer) 추기경,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인 비센떼 에스페체 힐(Vicente Espeche Gil) 전 교황청 대사가 함께했다.

11월 6일 열린 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 후속프로그램인 특별대담에서 브라질 상파울루대교구장 오질루 빼드루 쉐레 추기경(오른쪽)이 대담에 참여하고 있다.

◆ 첫째 마당-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

‘모두가 평화를 원하는데 왜 쉽게 평화를 가지지 못하는가?’

차베스 추기경은 이 물음에 “평화는 인간이 꿈꾸는 그 어떤 것보다 큰 것이다. 평화는 진리·정의·자비와 함께 가야 한다. 평화 자체가 그리스도”라며 용서를 강조했다.

“용서는 기억을 정화시킨 후,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하느님과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네 가지를 강조했다. ▲하느님을 향한 강한 믿음 ▲사람들을 향한 믿음 ▲자유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미래지향적인 믿음, 즉 ‘꿈’이 그것이다. 평화를 위한 꿈도 계속해서 꾸기를 조언했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모두 가족임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하느님의 잔치에서는 누구도 배제될 수 없다”고 말했다.

◆ 둘째 마당-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 대주교

“평화가 오기 위해서는 정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의와 평화의 관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의는 자유의 평등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를 위한 기본 전제조건으로 모두가 동일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모든 이에게 개인적, 신체적, 감정적, 지식적인 발전의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멕시코교회가 평화를 위해 노력한 ▲평화를 위한 기도 ▲평화의 의미 전달 ▲사회적인 대화-민간 사회 플랫폼 구축 ▲폭력 피해자 보호 ▲청소년을 위한 도움 등 다섯 가지 핵심적인 활동을 설명하며 실천적인 평화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갈라진 사회에서 대화를 위해서는 ‘의사결정을 하려는 이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셋째 마당- 비센떼 에스페체 힐 전 교황청 대사

힐 전 대사는 평화를 위해서는 기억에 대한 정화가 필요하며 평화를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신앙인이라면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방이 같이 화해에 나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관계의 신뢰와 배려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이해해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평화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평화’라고 정의했다. “한국사회는 신앙을 건설한 가치와 힘을 가지고 있다. 신앙인들이 강한 힘을 발휘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넷째 마당- 오질루 빼드루 쉐레 추기경

쉐레 추기경은 무력으로 얻는 평화는 참 평화가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군대를 동원해 평화를 주장하면 약자와 억눌린 자들이 있게 된다. 그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늘 진정한 평화와 정의가 무엇인지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핵문제와 이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진정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관련해 “경제제재가 상대방이 대화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가난한 이들이 제재로 인해 고통 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종교인 등이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북한 상황에서는 대화가 가능한 선의를 가진 이들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지속적인 대화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도 변화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믿음과 복음화의 힘이 있다면, 그 힘이 평화와 화해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5일 서울 반포4동성당에 방문한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대교구 보좌주교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선물을 전달받고 있다.

■ 이모저모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남미 성직자들은 방한 기간 동안 ‘평화사절단’으로서 평화의 메시지를 알렸다.

11월 5일에는 본당을 찾아 한국 신자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반포4동성당(주임 이종남 신부)을 찾은 차베스 추기경은 강론에서 “이웃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내놓는 사람이 되길” 요청했다.

이어 포럼 본 회의와 대담을 마친 행사 참가자들은 11월 7일 서울대교구청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포럼에 참여해 경험을 나누고 평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며 평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차베스 추기경은 “한국은 ‘빨리 빨리’의 민족이다. 하지만 이제는 평화를 위해 멈춰야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날 해외 성직자들은 포럼을 마무리하며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 참례했다.

이들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미사를 집전하며 “한국에 초대받아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11월 7일 서울대교구청에서 2017 한반도평화나눔포럼 공식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멕시코 모렐리아대교구장 카를로스 가르피아스 메를로스 대주교(왼쪽 두 번째),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대교구 보좌주교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가운데), 비센떼 에스페체 힐 전 교황청 대사(맨 오른쪽).

11월 7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열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가운데)과 해외 성직자들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