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라자로를 위해 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 교황, 연중 제33주일을 ‘가난한 이의 날’로 “가난의 원인은 소수의 탐욕과 대중의 무관심” 물질적 지원 넘어 기도 안에서 형제적 나눔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며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내도록 선포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도 올해 11월 19일 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내며 “가난한 이들과의 만남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황이 이날을 제정한 이유와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 선포 배경과 구체적 실천은- 탐욕과 무관심을 치유하는 복음적 가난
교황은 현대 세계의 가난이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원인을 소수의 ‘탐욕’과 대중의 ‘무관심’에서 찾았다. “고통, 소외, 억압, 폭력, 고문과 옥살이, 전쟁, 자유와 존엄의 박탈, 무지와 문맹, 응급 의료 상황과 일자리 부족, 인신매매와 노예살이, 망명, 극빈과 강제 이주의 모습으로 도전합니다. 가난은 돈과 권력의 권모술수에 짓밟히고 저열한 이익을 위하여 착취되는 남녀노소의 모습에 존재합니다.”(제1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 5항) 이러한 ‘병리 현상’은 ‘복음적 가난의 감각’을 회복함으로써 치유된다. 교황은 복음적 의미에서 가난은 부정적인 결핍의 상태가 아니라, “돈과 경력과 사치를 우리 인생의 목표이자 행복의 조건으로 여기는 데서 벗어나게 해 주는 내적 자세”라고 말한다. 또한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시며 은총으로 우리를 도와주신다는 것을 믿으며 우리의 개인적, 사회적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하는 조건”이고, “물질의 올바른 사용에 가치를 둘 수 있게 해 주고 이기적이고 소유하려 하지 않는 관계를 맺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해 주는 척도”라고 말한다. - 형제애와 연대로의 초대, 가난한 이를 위한 선택의 요청 교황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선포를 통해 교회 전체와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을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도록 초대한다. 만남의 문화,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와 형제애로 초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리스도인 개인과 단체, 본당과 교구는 다양한 구체적 활동들을 마련할 수 있다. 복지 증진과 자선 활동, 지역의 가난한 이들과의 만남과 이들을 공동체로 부르는 초대, 공유 경제와 분배 정의 증진 등 소비주의와 물질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문화적 노력, 지역 사회 안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목적 실천 프로그램 실시 등 다양한 방법들이 모두 가능하다. 무엇보다 교황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실천할 구체적 계획들의 중심에는 ‘기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질적 구호 활동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들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혜자로만 보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 날의 목적은 “우리 신자들의 양심에 강력히 호소하여 우리가 가난한 이들과 나눔으로써 복음의 심오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확신”을 키우는 것이다. ●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