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페쉬’는 본디 목구멍이란 뜻이다.(하바 2,5) 그런데 구약성경은 이 낱말을 적어도 일곱 가지 이상으로 옮긴다. 물고기 뱃속에서 요나는 물이 ‘네페쉬까지 차올랐다’고 했는데(요나 2,6) 이때 네페쉬는 ‘목’이다. 아마도 목구멍과 목은 가깝기 때문에 네페쉬가 목을 의미했을 것이다.
목구멍은 숨결이 지나가는 통로이므로 네페쉬는 ‘생명’으로 옮길 때도 있다.(신명 12,24) 하느님이 세상을 지으실 때, “땅은 살아있는 네페쉬를 제 종류대로” 내어라 하시자 그대로 되었다.(창세 1,24) 이때 네페쉬는 숨 쉬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숨결은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와 말이나 한숨이나 외침을 이룬다. 그래서 네페쉬는 사람의 속, 곧 ‘내면’ 또는 ‘인격’을 의미한다. ‘여자의 맹세’의 유효성을 다루는 민수기 30장을 보면, 한 여자가 스스로 곧 자신의 의지로 한 맹세인지를 제일 먼저 따진다. 이때 ‘그녀의 네페쉬에 따른’ 맹세란 그녀 ‘스스로’ 한 서약이다. 네페쉬에 따라 한 것은 내면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네페쉬는 그냥 ‘사람’으로도 옮긴다. 창세기를 보면, “야곱에게서 태어난 자식들로 라헬의 자손들”을 언급하는데, “모든 네페쉬는 열네 명이다”(창세 46,22; 또한 46,15.25.27)고 말한다. 사람이란 고유한 내면과 의지를 지닌 존재이니 네페쉬로 사람을 지칭한 것이다.
결국 네페쉬는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영혼’을 의미한다. 오늘 화답송을 보면 ‘저의 네페쉬(영혼)가 당신을 목말라합니다’라는 애원이 후렴구를 이룬다.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고통과 갈증을 느낀 한 영혼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성경 히브리어는 무척 고대의 언어이기에, 다양하고 전문화된 현대인을 위해서는 이렇게 여러 가지 단어로 옮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와 반대로 히브리어 원문으로 성경을 읽으면 한 단어 한 단어에 의미가 응축되어 있어, 함축적이고 직관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런 언어로 우리 인간에게 말씀하신 하느님의 뜻을 성찰하는 데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