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나하쉬, 우래우스
오늘은 히브리어의 14번째 알파벳과 고대근동 세계의 뱀을 알아보자. 뱀은 예사로운 짐승이 아니었다.
■ 신성한 뱀
히브리어로 뱀은 나하쉬다. 그런데 ‘점을 치다’는 동사도 나하쉬라고 한다. 뱀의 나하쉬와 점을 치는 나하쉬는 형태가 똑같다. 이런 면도 뱀에 관련된 고대근동의 독특한 문화적, 종교적 코드라고 할 수 있다. 뱀은 거룩함과 관련이 깊다. 이를테면 이집트 파라오의 머리 장식을 보자. 두 마리의 코브라가 일어나서 노려보고 있다. 이 뱀을 우래우스(Uraeus)라고 하는데, 파라오의 신적 주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구약성경에서 뱀의 역할도 독특하다. 창세기에서 여자를 유혹한 것은 나하쉬(뱀)였다. 그런데 태초에 동산에서 사람이 왜 하필 뱀(나하쉬)의 말을 들었을까? 아마도 뱀이 신령한 짐승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창세기를 보면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창세 3,1)고 나오는데, ‘간교하다’로 옮긴 말은 ‘영리하다’로도 옮기는 말이다.(잠언 12,16.23; 13,16 등) 물론 신령하고 영리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나하쉬의 말을 들은 사람은 태초의 죄를 저지르게 되었다.■ 점을 치다
모세는 이스라엘에서 점쟁이, 복술가, 주술사, 주문을 외우는 자, 혼령이나 혼백을 불러 물어보는 자, 죽은 자들에게 문의하는 자를 엄격히 금지하였다.(신명 18,10-11) 그렇게 금지된 것들 가운데 ‘나하쉬하는 자’(요술사)도 포함되어 있다. ‘나하쉬하는 것’은 ‘마술’로도 옮긴다.(2열왕 17,17) 나하쉬는 비유적인 뜻으로도 쓰여, 어떤 행위를 좋거나 나쁜 ‘징조로 해석하다’(1열왕 20,33)는 뜻도 있었다.(참조: 민수 24,1) ■ 하느님을 보라 광야에서 백성이 하느님을 거스르자, 하느님은 ‘불타는 나하쉬들’(불 뱀들)을 보내셨고, 거역한 백성들이 많이 물려 죽었다. 백성을 사랑하는 모세는 이번에도 하느님께 간절히 빌었고, 자비의 하느님은 백성이 살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 방법은 ‘구리 나하쉬’(구리 뱀)를 만들어 높이 달아 놓는 것이었다.(민수 21,6-9) 이 이야기에서 가장 거룩하신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도구로서 나하쉬가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하느님은 나하쉬를 보내시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신다. 그러므로 나하쉬에 마음을 뺏기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궁극의 존재는 주님이시다.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rn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