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위령성월 특집] 부산교구 ‘하늘공원’서 삶과 죽음을 묵상하다

방준식 bjs@catimes.krrn사진 박원희
입력일 2017-10-31 수정일 2017-11-01 발행일 2017-11-05 제 3068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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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희망 품고 당신께 이르게 하소서

그 누구보다도 뜨겁게 복음을 실천하는 삶을 살다간 그리스도인들을 추모하며 기도드린다. 공원묘원은 나 자신 또한 뒤돌아볼 수 있는 영적 공간이다.

신앙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

그리스도 은총 속에 살고 죽어

주님과 완전한 한 몸이 된다.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새로운 삶의 여정.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한

영원한 삶을 믿기에

고인을 위한 기도는

곧 우리 자신을 위한 것.

산 이와 죽은 이는

그리스도를 통해 연결되고

부활은 삶과 죽음을 뛰어넘어

우리 곁에 와 있다.

‘하늘공원’ 공원묘지.

전국 각지의 천주교 공원묘원은 죽음만을 생각하는 ‘인간적인 슬픔’보다는 주님과 함께 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경건하고 차분한 마음이 가득한 곳이다.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취재진은 부산교구 공원묘원 양산 ‘하늘공원’을 찾았다.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곳, 부활의 희망 속에 주님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곳. 신앙인의 묘지는 바로 그런 곳이다.

10월 27일 오후 경남 양산시 상북면 상삼리 일대에 있는 ‘하늘공원’. 계절은 가을 초입에 접어들어 하늘은 짙푸르고 공원묘지를 둘러싼 나무숲은 군데군데 단풍으로 붉게 물들었다.

총 5만여 평에 달하는 공원묘원 오른쪽 위편으로 예수성심상이 보인다. 예수님은 두 팔을 벌려 이 땅에 묻힌 모든 신앙인들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중앙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십자가의 길이 시작되는 곳에 성직자와 수도자 묘지가 있다. 지난 10월 14일 선종한 고(故) 하 안토니오 몬시뇰의 비석 앞에서 기도했다. 고향 독일보다도 더 한국을 사랑했고 평화통일을 소망했던 하 몬시뇰. 1922년 출생한 그의 출생일과 선종일은 10월 14일로 같다. 또 사제 서품(1958년)과 몬시뇰 서임(2005년) 날짜도 4월 27일로 같다. ‘우연’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마리아를 통하여 예수님께로(Ad Jesum, Per Mariam)’라고 쓰인 비석 뒤 문구가 마음속에 깊이 들어왔다. 기도 올리면서 나 자신의 신앙 삶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012년 선종한 강화자(말다) 수녀 묘에는 복지시설 아이들과 함께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한 장 붙여져 있었다. 각자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 아이들을 정성어린 마음으로 돌봤을 수녀는 사진 속에서 평화롭고 인자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사진 속 아이들은 수녀들의 보살핌 속에 이제는 아마도 평범하고도 행복한 가족을 이뤘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강 수녀를 위해 기도드리고 있지 않을까. 비석에는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수녀에게 사진 속 아이들과 주님은 생의 전부였고, 아이들을 통해 주님 복음을 온전히 전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늘공원’ 봉안당에서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해 기도하는 신자들.

평일 오후라 공원묘원은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간간이 추모객들이 가족 봉안묘를 찾고 있었다. 매장 묘지는 만장으로 더 이상 자리가 없지만 납골 시설인 봉안당과 가족 봉안묘에는 아직 여유가 남아 있다. 부산교구 신자에 한해 운영되며,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봉안당 3층 경당에서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11월 2일에는 황철수 주교와 손삼석 주교 집전으로 위령미사가 봉헌됐다.

공원묘원은 고인에 대한 변치 않는 마음을, 정성어린 기도로 드리고 가는 곳이다. 양산 ‘하늘공원’ 담당 서강진 신부는 위령성월을 맞아 묘지를 찾게 될 신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원묘원은 죽은 이를 기억하는 동시에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또다른 ‘성지’입니다. 부활을 항상 생각하고, 슬픔보다는 주님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보십시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하늘은 붉은 노을로 물들었다. 공원묘원을 감싸고 있는 나무숲에 있는 붉은 단풍도 그 자태가 새롭다. 하느님을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치고 죽음을 맞이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신앙인들의 간절한 마음이 붉고도 아름답게 타오르고 있었다.

방준식 bjs@catimes.krrn사진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