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위령성월 특집]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옥상 정원에서 음악회 열던 날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7-10-31 수정일 2017-10-31 발행일 2017-11-05 제 3068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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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소풍 끝내는 날 말하리라… “고마워 사랑해”
 완화의료 대상자와 가족 등  음악으로 마음 나눈 자리
 각자 소망 적은 풍선 날리고  천상에서의 행복한 삶 기도
“치료 받으며 고마움 많이 느껴”

10월 28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마리아관 옥상 정원에서 열린 음악회. 참가자들이 소망풍선을 만들어 날려 보내고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歸天)

소풍날이 손꼽아 기다려지는 건 ‘보물찾기’ 때문이 아닐까. 조그마한 보물이라도 좋다, 덤으로 주어지는 기쁨이기에….

가을볕이 따스한 10월 28일, 인천시 부평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센터장 김대균, 이하 완화의료센터) 마리아관 옥상 정원에서는 가슴 뭉클해지는 보물찾기 행사가 열렸다.

완화의료센터에서 완화의료 대상자들과 사랑을 나눠온 봉사자들이 마련한 ‘호스피스 완화병동 환자와 가족을 위한 야외 음악회’가 그것.

‘우리가 있어, 음악이 있어 행복한 가을 이야기’를 주제로 마련된 이날 음악회에는 완화의료센터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고 있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함께해 따스한 한나절을 즐겼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김광석 곡)으로 막이 오른 이날 음악회에서는 귀에 익은 대중가요를 비롯해 팝송,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선보여 지난 시간을 반추해볼 수 있는 장을 제공했다.

음악치료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이끌고 음악회에 함께한 김은정(고대 구로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 음악치료사는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그만 위로라도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마음을 모으게 됐다”면서 “병상에 있는 분들이 무기력감을 떨치고 가족들과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빠 사랑해요.’ ‘OO OO야 행복해라. 고맙고 사랑한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풍선에 담아 날려 보내며 지상에서의 행복한 소풍이 천상에서도 이어지길 간절히 기원했다.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가한 김정애(78·인천 만수동) 할머니는 “친구들과 주위 따뜻한 배려로 호스피스 완화치료를 기쁘게 받고 있다”면서 “치료과정에서 고마운 생각을 많이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참 복된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완화병동에서도 주위를 배려하며 웃음을 잃지 않고 있는 전문하(66·인천)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풍선에 담아 날려 보냈다”며 “누군가가 늘 함께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따스한 햇볕 아래 저마다 소중한 보물을 찾아든 이들은 행복한 얼굴로 하늘 나라를 향한 걸음을 옮기는 듯했다.

완화의료센터는 1986년 3월 인천지역 최초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동(산재형)을 시작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이들에게 신체적·정서적·사회적·영적 돌봄을 실천해오고 있다. 2013년 11월 27일부터 21병상 규모의 ‘입원형’ 호스피스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2016년 3월부터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 2017년 8월부터 ‘자문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완화의료병동 담당 성직자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등 전담 인력들이 환자와 가족을 위한 음악·미술·원예·요리교실 등 다양한 요법치료 서비스와 환자·가족 소원 들어주기, 사별가족 모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대균 센터장은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통해 잘 살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