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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수상자] 공로상 - 수원교구 원로사목자 최윤환 몬시뇰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7-10-24 수정일 2017-10-24 발행일 2017-10-29 제 306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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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한국교회 전례 토착화 이끈 선구자
유학 중 제2차 바티칸공의회 겪고 전례의 의미와 중요성 깨달아
40년 넘게 인재양성에 매진하며 신자 눈높이 맞춘 전례 해설 힘써

최윤환 몬시뇰은 1961년 신학교 재학 중에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1964년 사제품을 받았다. 서품 후엔 독일 트리어대학에서 수학하고 신학박사(전례학) 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 귀국 후 수원 고색동본당 임시주임을 거쳐 가톨릭대학교 교수와 대학원 교학감, 신학부장, 교학처장 등을 역임했으며,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도 활동했다. 1980~1985년에는 가톨릭대 제12·13대 학장을 맡았다. 이후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를 거쳐 제3대 학장을 역임했다. 2002년 몬시뇰에 임명됐으며 같은 해 교수직에서는 정년퇴임했다. 또한 정년퇴임 전까지 전례학을 가르쳐왔으며, 퇴임 후에도 신학교에서 고해담당 사제로 활동했다. 사목 일선에서 은퇴한 때는 2006년이다. 1978년 「주일과 주일미사 / 주일축제의 의의」 등을 번역, 출간했다. 이어 「미사해설」(1983), 「성사와 전례」(1991), 「전례와 생활 :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새 전례 연구」(1995), 「간추린 미사 성제 해설」(1996) 등을 펴냈다. 2010년에는 한국교회 전례학 연구 활성화를 위해 「전례사목사전」을 번역해 내놓기도 했다.

■ 최윤환 몬시뇰
한국교회 전례 토착화의 여정을 되짚어보면, 그 시작에는 최윤환 몬시뇰(수원교구 원로사목자)이 있다.

그가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난 1961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막했다. 이 공의회를 통해 가장 눈에 띄게 개혁된 부분이 바로 전례다. 오스트리아 유학 당시 교의신학을 공부했던 최 몬시뇰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전례를 배우고 연구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교회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교회 모든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 바로 ‘전례’입니다. 미사부터 칠성사까지, 넓게 보면 모든 신심행사가 다 전례이지요. 따라서 신자들의 성사생활과 관련한 모든 것이 바로 전례연구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교회에선 전례를 단순히 예식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신학교에서도 미사 때 팔을 어떤 모양으로 벌려라, 손가락을 펴서는 안 된다 등의 자세를 간략하게 가르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 몬시뇰은 신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각 성사에 내포된 신학사상”이라면서 “너무 기계적으로 형식에 신경 쓰다 보면 정작 전례를 통해 전달해야할 중요한 내용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가르쳐왔다.

연구하고 신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 뿐 아니라 일반신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전례를 해설하고 토착화하도록 뒷받침하는 면에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한 예로 최 몬시뇰은 사도신경에 ‘저는 믿나이다’라는 표현을 넣기 위해 당시 번역을 맡은 이들과 수없이 논쟁을 반복하기도 했다. 사도신경은 신앙고백이기에 ‘누가’ 고백하는지 명시돼야 하기 때문이었다.

최 몬시뇰은 유학시절부터 가톨릭시보(현 가톨릭신문)를 꼼꼼히 읽고 전례에 관한 기고 글을 보내고, 교황청이 각 지역교회 질문에 답한 내용을 번역해 ‘사목’지에 싣는 데에도 힘썼다.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서도 오랜 기간 활동했다. 강의 뿐 아니라 인재 양성을 위해 신학생들을 단계별로 유학을 보내는 데에는 그 누구보다 헌신해왔다. 이러한 여정 덕분에 최 몬시뇰이 전례학 연구와 강의 등에 매진한 시간은 유학시절부터 원로사목자로 사목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43년여에 이른다. 2010년엔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후배사제들은 물론 신자들이 전례 용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오랜 시간 고심했던 「전례사목사전」을 번역해 내놓기도 했다.

“성당은 돈이 있으면 짓기가 좀 수월하죠. 하지만 인재 양성은 충분한 시간과 정성,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더해질 때 이뤄집니다.”

최 몬시뇰은 수원가톨릭대 재임 시절엔 전례연구소와 종교문화연구소, 사회사목연구소 등을 설립했고, 퇴임 후에도 교수 재직 당시 납입했던 퇴직연금을 고스란히 신학대학과 연구소 발전 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려 왔습니다.”(히브리 10,9)

전례 연구를 통해 보다 많은 신자들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학자. 그가 50여 년 전에 정한 서품성구가 더욱 마음 깊이 와 닿게 하는 삶의 여정에, 한국가톨릭학술상 공로상을 더하는 것은 너무나 마땅해 보인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