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이승엽 홈런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 황광지

황광지 (가타리나) 수필가
입력일 2017-10-10 수정일 2017-10-11 발행일 2017-10-15 제 306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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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야구선수가 홈런을 칠 때면 나는 박 신부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자주 샀다. 박 신부님과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도 샀다. 나는 NC다이노스 팬이지만 이 팀이 생기기 전까지는 삼성라이온즈 팬이었다. 사는 지역에 팀이 생겨 돌아서긴 했지만, 이승엽 선수만은 꿋꿋하게 지켰다. 웬만한 야구광들은 이 선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나 마는, 나는 특히 그의 노력에 존경을 보냈다. 박 신부님은 나처럼 야구장을 가는 분은 아니지만, 이승엽이 홈런을 치면 같이 기뻐하니 내가 지갑을 기꺼이 열었다.

이승엽 선수의 좌우명은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이다. 그는 23년간 평범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처음처럼, 아니 갈수록 더 노력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그는 홈런왕이 되고 전설이 되었다. 우리 나이로 42살인 그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연초에 결심을 밝혔다. 그러고서도 시즌 내내 평범한 노력이 아니라 진정한 노력을 했다. 나이가 들면 몸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며, 한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묵묵히 연습을 거듭했다. 선발로 나서지 않는 경기에서도 방망이를 손에서 놓지 않는 그였다. 나는 NC다이노스의 승리와 이승엽의 홈런을 응원하느라고 참 열성이었다.

이승엽이 시즌 24호 홈런을 때렸다. 팬들은 은퇴해서는 안 된다고 아우성이지만, 그는 이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야구시즌이 끝나는 이 가을이 쓸쓸하지만, 또 지갑을 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박 신부님을 위하여, 진정한 노력을 새롭게 보여줄 이승엽의 앞날을 위하여!

황광지 (가타리나) 수필가